공중방역수의사 80% “농식품부 가축방역 정책은 실패”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 방역수의사 대상 정책 인식조사 결과 발표
“비과학적·비전문적·비상식적 … ‘중앙동물방역시스템’으로 전환해야”

  • 입력 2022.03.09 15:29
  • 수정 2022.03.13 19:42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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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현장 가축방역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수의사들의 태반이 현재 농정당국의 가축방역 정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중방역수의사 대표단체는 비전문적 방역정책을 고치고 전문 인력들이 최종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방역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한공중방역수의사협회(회장 조영광, 대공수협)는 지난 3일 공중방역수의사 4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식품부 동물방역 정책에 대한 인식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대공수협은 지난 2월 14일부터 2주간 ‘2022 공중방역수의사 일제조사’를 실시하며 인식조사도 함께 진행했고,  2월 기준 현재 복무 중인 447명의 공중방역수의사 중 444명이 응답에 참여했다.

공중방역수의사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 임기제 국가공무원 신분 수의사들로, 군 대체복무를 겸해 대한민국 시군구청·동물위생시험소 및 보건환경연구원·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가축방역관 직무를 수행한다. 

대공수협이 제시한 질문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방역'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공중방역수의사들의 긍정적 응답은 ‘매우 긍정적’이 5명(1.1%), ‘조금 긍정적’이 48명(10.8%) 등 전체의 약 10%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매우 부정적’은 213명(48.0%), ‘조금 부정적’은 135명(30.4%) 등 부정적으로 답한 공중방역수의사가 전체 응답자의 약 80%를 차지했다.

이번 인식조사의 목적을 ‘정권의 마지막 시기에 동물방역 체계에 대한 실무자들의 인식을 조사함으로써 더 좋은 대한민국, 더 나은 정부의 모습을 촉구하기 위함’으로 규정한 대공수협은 이번 정부가 ‘동물방역 정책’ 분야에서 실무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국민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정책을 다수 펼쳤다고 평가했다. 

대공수협은 최근 양돈 농가로부터 많은 반발을 사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용 ‘8대 방역시설(내·외부 울타리, 입출하대, 방역실, 폐사체 보관실 등)’을 적절치 못한 정책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대공수협은 “아직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부 유럽 국가에서 시행중이라는 이유로 도입됐다”라며 “수년간의 맥락을 짚어보면, 2020년 강원도 등지 야생 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했을 때 환경부에서 농식품부와 협의해 1,000km 정도 되는 광역울타리를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여 설치했지만 결국은 경상북도 및 충청북도까지 확산돼 무의미한 예산 및 행정력을 낭비했다”라고 비판했다. 

대공수협은 “당시 농민들이 광역 울타리가 아닌 농장 울타리에 예산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음에도 국민과 호흡하지 않고 정부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결국 국민 세금의 불필요한 중복 투입이 이뤄졌다”고 봤다. 이외에도 실효성 없는 통제초소, 농장 입구 생석회 도포, 예방적 살처분 등에 대한 실효성과 한계를 지적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수렴해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방역을 담당하는 인력에 대한 충원요구도 빠지지 않았다. 대공수협은 “만성적 인력 부족 현실에도 유인책·개선책 등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으며 이미 부족한 수의 인력 또한 단순 행정 등 불필요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 동물 방역 분야에서 수의사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공수협은 현재 농식품부에 가축방역 정책을 총괄하는 명확한 컨트롤 타워가 없고 전담 인력의 전문성도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가축전염병에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던 질병관리청을 예시로 들어 ‘중앙동물방역시스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공수협은 “농식품부 방역정책국 공무원 중 수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이 절반 정도에 불과해 과학적 근거와 지식에 기초한 정책 설계를 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동물방역에 있어 전문적 지식을 가진 수의사들이 중심이 돼 최종 정책 결정을 할 수 있는 정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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