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늘고 여린 고추 모종에 세심한 손길 더하니…

  • 입력 2022.03.06 20:15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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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가까이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윤희경씨가 포트에 옮겨 심은 고추 모종을 손수레에 담아 보온시설로 옮기고 있다.
30년 가까이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 윤희경씨가 포트에 옮겨 심은 고추 모종을 손수레에 담아 보온시설로 옮기고 있다.
윤씨의 두 딸과 인근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포트에 고추 모종을 이식하느라 여념이 없다.
윤씨의 두 딸과 인근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이 포트에 고추 모종을 이식하느라 여념이 없다.
김은숙씨가 모판에 씨앗을 뿌려 보름 동안 키운 고추 모종을 떼 내 상토를 털고 있다.
김은숙씨가 모판에 씨앗을 뿌려 보름 동안 키운 고추 모종을 떼 내 상토를 털고 있다.
윤씨가 포트를 가지런히 배열한 뒤 분무기로 물을 주고 있다. 포트만 약 800개에 달한다.
윤씨가 포트를 가지런히 배열한 뒤 분무기로 물을 주고 있다. 포트만 약 800개에 달한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보름 전 씨앗을 뿌린 모판엔 고추 모종이 매우 촘촘히 자라 있었다. 손가락 두세 마디 크기로 자란 연두색 모종은 한눈에 보기에도 튼실했다. 옹기종기 붙어있는 고추 모종을 모판에서 조금씩 떼 내 뿌리가 다치지 않도록 상토를 털었다. 그리고선 모종을 하나씩 차례로 분리해 원형 그릇에 가지런히 놓았다. 어루만지는 그 손길이 꽤 조심스러웠다.

50개 혹은 72개의 구멍이 있는 포트에 상토를 가득 채웠다. 앞서 조심스레 떼 낸 고추 모종을 다시 하나씩 포트에 심었다. 나무젓가락으로 상토에 틈을 만들고 그 자리에 모종 한 개를 이식했다. 가늘고 여린 모종을 엄지와 검지로 집어 다시 포트에 심기까지, 농민들의 세심한 손길이 이 작업에 오롯이 녹아 있었다.

마른 대지를 적시는 반가운 봄비가 내렸던 3월의 첫날, 충북 제천시 봉양읍 연박리의 한 시설하우스에선 고추 모종을 가식(한때심기, 작물을 논밭에 정식하기 전 다른 묘상에 임시로 심는 일)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30년 가까이 고추를 재배해 온 윤희경(58)·김은숙(51)씨 부부의 가식 작업에 두 딸과 인근에 거주하는 농민들까지 일손을 보태느라 여념이 없었다.

고추 모종으로 가득 찬 포트가 손수레에 차곡차곡 쌓이자 윤씨는 하우스 내에 별도로 제작한 간이 보온시설로 포트를 차례차례 옮겼다. 보온시설을 덮고 있던 이불과 비닐을 걷어내자 앞서 며칠간 작업했던 모종들이 파릇파릇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날로 가식 작업만 나흘째, 고춧가루용 고추, 청양고추, 오이고추, 꽈리고추 등 종류도 제각각인 모종이 포트 800여 개에 심겨 보온시설 두 곳에 가지런히 배열됐다.

포트를 내려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리던 윤씨는 “여기서 두 달, 60일 정도 키워야 밭으로 옮겨 심을 수 있다”며 “갑자기 추워지면 얼어버리거나 날이 더우면 타버릴 수 있어 앞으로 2주 정도는 실내 온도와 물 주는 것까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3월엔 꼭 두세 번씩 그런 위기가 올 때가 있다”고 모종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씨는 자신에게 필요한 포트 50여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위탁받아 육묘하는 중이다. 그 농가들만 어림잡아 10여 농가. 현재 작업한 모종만 해도 약 8,000평에 심을 수 있는 양이라 책임이 막중하다. 윤씨는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남의 고추농사까지 다 망치는 것”이라며 “아침저녁으로 생육상태를 확인하고 날씨가 변덕스러울 땐 더 자주 세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가식하고 밭으로 옮겨 심을 때까지 농민들이 고추농사에 들이는 품은 한겨울에 시작해 초봄을 지나며 본궤도에 오른다. 맵거나 아삭한 고추의 그 맛을 보기까지 오늘의 ‘가식’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도 품 들일 일들이 여전히 많기에 그 노고,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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