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대통령 선거와 양파값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정영이(전남 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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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이(전남 구례)
정영이(전남 구례)

대통령 선거가 목전이다. 온 나라가 대통령 선거의 아수라장에 빠져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보지 않고 외면할래야 도리가 없는 시절을 살며 연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나 소식은 역대의 어느 선거보다 피로도가 높고 분노까지 일게 한다. 대선 후보나 선거운동원인 정치인들, 지지자들의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공약과 약속, 유세, 사회관계망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나도는 내용을 보며 이렇게 무력해지고 허공이 뱅글뱅글 도는 어지럼증까지 느껴지는 것은 또 처음이다 싶다.

민생은 어디로 간 것일까? 저들에게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이슈 하마 같은 정쟁과 함께 펜데믹이 온 세계를 휩쓸고 기후재난의 징후로 오륙십년 만의 겨울가뭄과 봄가뭄이 농업과 삶에 치명적인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택배노동자들의 파업은 생존을 걸고 이어졌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민들의 심사를 흔들어 놓고 있다. 새 봄, 개학과 입학시즌이 되어 학교 교문에 들어서는 아이들의 생기 있는 모습의 한편에 전쟁터로 들어가는 것 같다는 학생들의 불안한 눈동자가 적지 않다. 열악하고 취약한 환경 때문에 가출한 청소년들이 험악한 세상에서 겪는 모진 일들도 우리 사회의 추악한 단면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는 주변 사람들의 탄식의 한 편에 최근 양파 농가들이 양파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밭을 갈아엎었다는 아침뉴스가 흘러나왔다. 3월 중순부터는 조생양파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작년에 수확한 저장양파가 아직도 농가에 남아 있어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이란다. 시장에 남아도는 3만톤의 물량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시장인 서울 가락시장 기준 저장양파 가격은 지난달 ㎏당 500원대에서 최근 300원대까지 떨어졌다니 평년보다 60% 이상 떨어진 가격이다. 산지 농민들은 150원 수준에 거래된 적도 있다고 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농업현실이다. 양파가격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농정은 누구를 위한 농정이며 현장의 농민들이 수십년 동안 요구하고 제안해온 농산물 수급안정 정책은 ‘쇠 귀에 경 읽기’인 것인가? 농업·농촌의 문제가 무에 그리 복잡해서 그 많고 많은 농업관련 공직자들과 연구자들, 농협, 전문가 그룹들, 학자들은 양파값을 해결하지 못해 매년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는가?

뉴노멀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기존 체계와 다른 ‘새로운 표준’이라고 한다.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도 촛불혁명 이후 농촌현장에서도 흔하게 쓰는 말이 된 것 같다. 대전환에 대한 요구가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것은 그만큼 절박한 시대이고 지금 당장 변화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고통의 방주가 될 것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뜻한다. 우리는 이를 직시해야 할 것이다.

양파값 뉴스와 개학을 맞은 아이들, 가출청소년들의 뉴스를 보며 대통령 선거 이후 달라질 농업, 교육, 돌봄에 대한 기대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내 삶은 어떻게 변화될지 생각해본다. 기대보다는 답답해지는 대선의 막바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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