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침 맞을 때 통증이 있어야 효과가 나는 것이라는데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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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간혹 제목과 같이 “침 맞을 때 아파야 효과가 난다고 하던데 사실이냐?”라고 물어보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저의 대답은 “그렇지 않습니다”입니다. 침 치료 도중 생기는 통증의 강도와 치료 효과의 연관성은 없습니다. 의사가 수술할 때 환부를 아프게 절개하거나 꿰매면 잘 낫는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듯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여 침 치료 시 많이 아파야 치료 효과가 크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치료는 아주 쉽습니다. 그냥 아프게 놓으면 되니 말입니다. 침을 아프게 놓는 것은 아주 쉽습니다. 침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거친 침이나 굵은 침으로 손·발가락 끝을 천천히, 불성실하게 찌르면 매우 아픕니다. 이것만 보아도 침 치료 효과와 치료 도중 통증과는 무관합니다.

그러면 이런 오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방에서는 치료 효과가 나는 것을 득기(得氣)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직역하면 기를 획득한다는 뜻인데 여기서 기(氣)라는 애매모호한 단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과거 과학이 덜 발달했던 시대에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무엇인가 존재하는 그런 것을 기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기에는 여러 가지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침 치료를 하면서 치료 효과가 어떤지는 환자를 관찰하거나 물어보면 됩니다. 그런데 환자와의 교감보다는 침을 놓을 때 통증이 있으며 마치 전기 통하는 느낌이 있고 심지어 꽂혀 있는 침이 움직이면 치료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침을 놓을 때 아픈 것은 일정 정도 있는 현상이며 마치 전기가 통하는 느낌은 신경이나 혈관에 자극이 전달되었기 때문이며 꽂혀 있는 침이 움직이는 것은 박동성이 있는 동맥혈 인근에 침을 꽂았기 때문입니다.

침을 맞을 때 생기는 통증을 매번 전혀 없게 하는 것은 마취를 하지 않고는 어렵습니다. 저는 침을 놓을 때 간혹 환자분들에게 이런 표현을 합니다. “이것을 침이라고 부르지만 실제 바늘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피부를 뚫고 들어갈 때는 조금 아픕니다.” 그리고 이런 표현도 덧붙입니다. “들어갈 때는 조금 아픈데 꽂혀 있을 때 아프면 안 됩니다. 침이 꽂혀 있는데 계속 너무 아프면 얘기하세요”라고 말씀드립니다.

치료를 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환자분의 통증을 경감시키는 것입니다. 통증을 줄이고 없애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통증을 굳이 수반할 필요는 없습니다. 혈자리를 정확히 확인해 손가락으로 여러 번 문지르고 알코올로 닦고 가급적 빠른 속도로 침을 놓으면 그냥 툭 침을 놓을 때보다 통증이 훨씬 덜합니다.

한방치료에서는 아직도 과거부터 구전되어 오던 내용이 검증 없이 회자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영역도 점점 과학적 확인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침 맞을 때 아파야 효과가 난다고 카더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카더라통신’입니다. 오히려 치료과정에 동반되는 불가피한 통증도 가급적 줄일 수 있으면 감소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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