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연필③ 연필, 이렇게 만들었다

  • 입력 2022.03.06 18:00
  • 수정 2022.03.10 20:02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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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이상락 소설가

“강원도에서 실어온 피나무를 연필 만드는 재료로 사용했거든요. 연필공장에 있는 제재소에서 아름드리 피나무 원목을 전기톱으로 여러 번 켜서, 최종적으로는 연필 굵기의 절반만한 두께로 판자를 만들어요. 그 판자 한 판이면 여덟 자루가 나오는 분량이에요. 그러니까 초창기에는 연필 절반 굵기의 얇은 판자가 나올 때까지 피나무를 켜고 또 켜고 한 거지요. 물론 얼마 뒤에는 자동 톱날을 한군데에 여러 개 설치해서, 나무를 한 번 주욱 밀어 넣기만 하면 바로 여덟 자루 크기의 판자가 제재되어 나오도록 발전을 했지만요.”

“아, 그 다음의 염색과정은 내가 설명을 할게요. 그렇게 만든 피나무 판자를 가지고 바로 다음 공정에 들어갈 수는 없어요. 수분 때문에. 그래서 건조를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염색을 해요. 피나무의 본디 색깔은 흰색인데, 왜 우리가 연필을 깎아보면 나뭇결이 향나무처럼 붉은 색이잖아요? 붉게 염색을 해서 그래요. 반으로 자른 드럼통에다 붉은 색 염료 1킬로그램을 탄 다음에, 그 여덟 자루 크기로 자른 나무들을 다발로 통속에 넣고서 12시간을 푹 삶아요. 그러면 나뭇결에 붉은 색이 고루 배어들지요. 그 다음에 연필심은 어떻게 만드느냐…”

“에이, 벌써 연필심 만드는 얘길 하면 어떡해? 건조 과정을 설명해야지. 12시간 후에 염료 통에서 꺼낸 나무판자들을 일단 햇볕에다 하루 동안 말리지요. 그 말린 나무판을, 이번에는 파라핀 왁스가 담긴 쇠붙이 틀에 옮기고, 밑에서 장작불을 때서 굽지요. 수분을 증발시키기 위해 굽는 과정에 왁스를 넣는 것은, 연필을 깎을 때 칼이 잘 받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1950년대에 문화연필(주)의 전주공장에 근무했던 퇴역 직원들이 왕년의 연필 만드는 과정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번갈아 설명을 한다. 다음으로는 수분을 완전히 증발시킨 그 나무판자에다 여덟 줄의 홈을 파는 작업을 한다. 홈을 파야 거기다 연필심을 끼울 수 있기 때문이다. 홈에 연필심을 끼우고 나서, 다른 반쪽의 나무판자를 갖다 붙인 다음에 한 자루씩 낱개로 켜면 여덟 자루의 연필로 분리된다.

그런데 나무의 홈에다 끼우는 연필심은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 그걸 만드는 과정이 또 여간 공력이 드는 노역이 아니다.

흑연을 포대 째로 갖다가 통에 붓고 거기다 점토를 섞어서 반죽을 한다. 흑연이 검은색을 내기 위한 것이라면, 점토는 연필심을 단단하게 결속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표준형인 HB연필의 경우 흑연과 점토의 비율은 7:3이다. 거기서 흑연의 비율이 커질수록 2B연필, 3B연필, 4B연필 하는 식으로 점점 진한 색을 띠게 되고, 반대로 점토의 비율이 높아지면 제도용으로 쓰이는 2H연필이나 3H연필 등이 되는 것이다.

“잘 혼합된 흑연과 점토의 반죽을, 30톤이나 되는 압력으로 강력하게 밀어주면, 마치 잔치국수 뽑혀 나오듯 연필심이 나와요. 막 뽑아낸 그 연필심을 ‘생심’이라고 부르지요. 생심을 가마에 넣고 장작불을 때서, 800도에 이르도록 가열을 하면 비로소 연필심이 구워져 나옵니다.”

그렇게 구워진 심은, 다시 표면에 기름이 칠해지고 24시간 동안 건조과정을 거치면 드디어 연필심으로 완성된다.

그렇다면 마치 못으로 눌러 쓰는 듯 글씨는 잘 안 써지고 공책 종이가 찢어지기도 해서, 아이들이 자꾸만 연필심에 침을 묻혀서 써야 했던 경우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옛날엔 흑연과 점토를 배합하고 정제하는 기술이 워낙 미흡했지요. 요즘 누가 연필심에 침 바르는 것 보셨어요? 침 안 묻혀도 글씨만 잘 써지잖아요.”

연필 만들기,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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