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만 반복하는 정부 수급정책 … “공공수급제가 해법”

농산물가격 안정대책 추진 방안으로 ‘공공수급제’ 주목

농업 현장의 목소리 “농산물 수급에 국가책임 강화해야”

공정가격 실현·식량 생산기반 안정·식량자급률 향상 효과

  • 입력 2022.03.06 18:00
  • 수정 2022.03.06 22:1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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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0대 대선 농정개혁 10대 핵심공약 공동제안 기자회견’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이 핵심공약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시작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대학로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20대 대선 농정개혁 10대 핵심공약 공동제안 기자회견’에서 농민단체 대표들이 핵심공약이 담긴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시작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농산물가격 불안정이 날로 커지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최근 양파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은 전남·제주 등지에서 직접 지은 양파밭을 갈아엎기에 이르렀다. 이들은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이 실효성이 없으며 산지와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본지 주최로 열린 ‘2022 대통령선거 농정공약 토론회’에 모인 농민과 전문가들은 농사를 지속하기 위해 농민의 소득보장과 농산물가격이 먼저 안정돼야 함에도 농산물 가격안정에 관한 구체적인 공약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은 농산물 가격안정에 대한 해법으로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주장해왔다. 지난해 11월 23일 경실련과 농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10대 농정 핵심공약 중 한 가지로 계약재배 확대와 공공수급제 도입을 제시했다. 농산물을 공공재로 인식하고 국가책임을 제고해야 한다는 기본 바탕 위에서 △계약재배 및 약정수매 물량을 품목별 생산량의 약 4~22%에서 5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주요농산물에 공공수급제를 실시해 지속가능한 농산물 생산을 위한 기본 재원을 보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수급제 대상 품목은 쌀, 보리, 밀, 고추, 배추, 무, 양파, 대파, 당근, 마늘, 사과, 배, 감귤, 시설채소 주산단지 주요품목 및 월동작물 등이다.

본지가 지난 2020년 10월에 개최한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근본대책을 세우자’ 토론회에선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의 개념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공공수급제의 핵심은 농산물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국가가 농산물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확기에 주요 농산물의 적정량을 국가가 매입해 농산물가격 폭락 및 폭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것.

토론회 자리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하게 언급된 점은 공공수급제 논의가 공적 먹거리 조달체계 방안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 단계에서의 수매뿐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 학교·공공급식, 먹거리 복지 등과 연계해 중앙 및 지방정부의 공적 먹거리 조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농민단체들은 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급식 확대 및 지역먹거리 순환 계획에 맞춰 주요농산물의 15% 가량을 수매비축해 공급하고 여기에 5%를 더 수매비축해 시장상황과 연계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농산물(3대 곡물, 7대 수급채소) 생산량의 20%를 농민이 계약재배하고 그중 15% 물량을 정부가 조달해 공공급식으로 활용, 나머지 5%는 비축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계약재배(생산)와 정부비축(유통), 공공급식(소비)이 어우러져 농업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농산물가격에 대한 정부 책임성을 높여 공정가격 실현, 식량 생산기반 안정, 식량자급률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민족 식생활의 기본을 이루는 주요농산물을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공공수급제가 시행되고 그 첫머리에 쌀이 놓여야 한다”며 “공공수급제 도입은 농민 입장에서는 국가 수매제를 시행하는 것이다. 수매가격 결정에 생산자 농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다. 농민들에게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보장하는 기초가 탄탄해질 때 소비자들에게도 안정적인 농산물 가격이 보장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선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정책위원장은 “공공비축이 농민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가격결정권을 농민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나락처럼 양파 10% 정도를 공공비축하고 그 가격을 결정하는 가격결정위원회에 농민이 참여해 실제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준으로 농산물가격이 결정돼야 하고, 그 가격이 전체 기준가격이 돼야 한다”라며 “수급조절의 목적은 농민들에게 가격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겐 매년 비슷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수급정책은 모자라면 바로 수입하는 것인데 (그 방식이 아니라) 가격이 오르면 공공비축한 양파를 푸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진보당은 ‘농민이 주도하는 농정대전환 농업정책 15대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주요 농산물 공공수급제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공공수급제를 실현해 농산물가격을 안정시키고 적정가격에 국민에게 공급할 것이라 밝혔다. 안주용 진보당 공동대표는 “농산물가격 문제에 대한 접근 없는 농업정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생산 농민들에게 생산비 이상의 가격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하는 이중성을 가진 게 농산물가격 문제다. 식량 자급 문제를 위해서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수급하는 체계로 가야 한다”라며 “농산물가격은 출하량과 관련돼 있다. 사전에 50% 이상 계약재배가 이뤄져야지만 적정량이 출하될 것이고 그래야 가격도 적절하게 결정될 것이다. 공공수급제가 그 해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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