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업·농촌 위해 존재한다는 조직·인력·예산, 꼼꼼히 들여다봐야

  • 입력 2022.03.06 18:00
  • 기자명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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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정부 및 공공 조직(기관)은 다수 존재한다. A 국회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가나다순으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국제식물검역인증원,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술실용화재단(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농촌진흥청, 농업협동조합중앙회(NH농협), 산림조합중앙회, 산림청,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환경관리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마사회,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등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998년 7곳에서 2020년 20곳으로, 약 3배 증가했다. 단, 지방자치단체(공무원), 지역농축협, 품목농축협, 인삼협 등 4,804곳, 교육기관 및 연구기관들은 제외한 수치다.

다음은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인력 현황이다. 1998년 5만8,396명(이 중 약 5만명은 지역농협, 계약직 제외한 수치)에서 2020년 11만6,781명(이 중 약 9만명은 지역농협, 계약직 제외한 수치)으로 22년 동안 약 2배 늘어났다. 20곳 중 4곳은 설립연도 대비 2020년 기준 5배에서 7배가량 몸집이 커진 곳도 있다. 그 외에도 행정안전부의 지자체 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농정 관련 공무원은 2008년 1만8,584명(지자체 공무원 중 9.7% 차지)에서 2019년 2만2,133명(7.9%)으로 2008년 대비 2019년 19.1%포인트 증가했다. 농업·농촌에서 사람, 땅, 경제는 사라지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조직과 인력 규모는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이와 더불어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정부 및 공공기관이 집행하는 예산 현황이다. 1998년 8,923억원(2020년을 100으로 환산)에서 2020년 26조원으로 22년 동안 약 3배 이상 늘어났다. 농업·농촌에서 사람, 땅, 경제를 심폐소생한다고 투입한 예산 규모는 늘어났다.

마지막으로, 농업·농촌의 현실을 보여주는 기초 현황이다. ①경지면적은 1998년 191만ha에서 2020년 156만5,000ha로 22년 동안 약 34만5,000ha 줄어들었다. 서울시 면적이 6만520ha이니 서울시만 한 지역이 약 5.7곳 사라진 셈이다. ②농업소득은 1998년 1,462만원에서 2020년 1,182만원으로 22년간 약 280만원(월 23만원) 줄어들었다. 참고로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월급이 한 푼이라도 줄어들면 난리가 난다. ③농가수는 1998년 141만호에서 2020년 103만호로 22년 동안 약 37만호가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 제주도 총가구가 27만호인데 그 이상되는 가구 규모가 사라진 셈이다. ④농가인구는 1998년 440만명에서 2020년 232만명으로 22년 동안 208만명 줄어들었다. 2020년 기준, 충남 인구가 217만명인데 그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의 인구가 사라진 셈이다.

자, 이쯤 되면 농업과 농촌에 뭐라도 불씨가 살아있었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지만 목도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차기 정부는 장밋빛 공약 실천에 앞서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조직과 인력, 예산을 구체적인 지표로서 정밀하게 진단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칠 것을 제안한다. 다음과 같은 지표들을 예시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첫째, 조직의 외형적 성장에만 몰두하고 있지 않는지, 조직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기 위해 농업·농촌 현장은 등한시한 체 무리한 성과 압박, 남의 실적을 나의 실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지 않는지, 과거 실적을 현재 실적으로 이름만 바꿔서 반복하고 있지 않는지 등이 조직 및 인력의 성과관리 지표로서 측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농정예산 혹은 보조금이 투입되고 집행되면서 실질적인 수혜자는 누가 되는지, 그 많은 돈은 실제로 어디로 흘러서 누구에게 도착하고 있는지, 누구의 살을 더 찌웠는지 등이 농정예산 투입의 성과관리 지표로서 측정돼야 할 것이다.

셋째, 직접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나가서 농민과 소통하는 업무, 위험부담이 따르는 업무, 책임이 따르는 업무를 용역형태로 다시 외주만 주고 있지 않는지, 실질적인 책임과 의무를 회피한 채 용역업체에 전가하고 있지 않는지, 기능과 역할이 왜곡되고 있지 않는지 등이 업무수행 지표로서 측정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농업·농촌을 살린다는 명분 하에 존재하는 모든 주체가 자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으로서의 조직이 아닌 ‘우리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해야 하는 조직이 돼야 하는지 등 진지한 관점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진단해 봤으면 좋겠다. 국가의 세금으로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나 또한 농업·농촌 위기는 회피하며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 중 한 명은 아닌지 되새기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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