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 ‘농민수당 논의’ 위한 새 조례 제정 … 농민들 “면피용에 불과”

  • 입력 2022.02.27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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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광주광역시의회가 농민수당의 필요성과 재원조달방안 등을 논의하는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가운데 농민들은 이를 ‘면피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농민들이 주민들과 2년 전 발의한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을 의회가 심의하지 않아 자동폐기 시한이 도래했는데, 시의회가 뒤늦게 논의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새 조례를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의회는 지난 11일 ‘광주시 농민수당도입을 위한 논의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안은 ‘광주광역시 농민수당논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조례에 따라 구성되는 위원회는 농민수당 도입의 필요성 및 타당성과 농민수당 도입에 필요한 재원의 조달방안 등을 논의하고, 농민수당 도입을 위한 관계 기관 간 협업과 농민수당 관련 정책의 조사·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문제는 광주시의회에 이미 농민수당 지원·지급과 관련한 조례안 2건(주민발의안, 김익주 의원 발의안)이 발의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4월 29일 발의된 ‘광주시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은 농민단체가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농민수당 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전개해 주민 1만8,267명의 동의를 받아 발의한 조례안이다. 이 조례안은 ‘농민수당심의위원회’를 설치해 △농민수당 지급대상 세부 기준 △농민수당 지급금액 및 지급 절차 등 농민수당 지급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조례안은 오는 6월 30일 제8대 시의회가 임기만료로 해산되면 자동폐기된다.

새로운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점기 광주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농민수당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으나, 자치구 비용 분담 문제를 두고 (시와 자치구 간에) 전혀 타협이 안 됐고 농민수당 지급 대상과 방식 등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며 “8대 시의회에서는 (계류 중인) 조례를 의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해주는 게 우리 의회의 역할이라 생각해 농민들과 집행부가 언제든지 논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농민단체는 광주시의회가 2년째 농민수당 조례안 심의를 하지 않은 채, 논의위원회 설치를 위한 조례안을 만든 건 ‘면피용’이라고 비판했다.

이갑성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이미 2년 전에 조례안을 주민발의 했는데, 당시 시의원들은 (농민수당이) 뜨거운 감자라 하반기 시의원들한테 넘겼고, 지금 시의원들은 임기종료와 함께 (조례안이) 자동폐기됐을 때 그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책임에서 회피하려고 위원회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새 조례안을 제정한 것은) 면피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종원 광주시농민회장도 “시의회는 시를 견제하고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데 집행부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것도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8일 광주 지역 농민들은 광주시청 앞서 농민대회를 열고 농민수당 지급 조례안 제정을 촉구하며 광주시장과 시의원들을 규탄하기도 했다.

한편 농민수당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반영하고 농민의 소득안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지난 2018년 전남 해남군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들이 도입하고 있다. 전남, 전북, 충남, 충북, 강원, 경기, 경남, 경북, 제주 등 9개 도 모두 이미 농민수당을 도입했으며, 특·광역시는 울산과 인천 2곳이 농민수당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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