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0] 지하철과 택시

  • 입력 2022.02.27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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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우리 동네 7번 국도변에는 물치버스 정류장과 택시 타는 곳이 있고, 그 옆에는 강선리나 하복리 등으로 갈 수 있는 조그만 마을버스 정류소가  있다. 속초나 강릉 양양 등지로 나갔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마을버스를 타려는 농촌주민들이 주로 기다리는 곳이 바로 이 정류소다.

농촌주민들은 주로 연세 높으신 어머님, 아버님이 대부분이다. 택시를 탈 수도 있겠으나 어르신들은 거의 이용하시지 않고 마을버스를 탄다. 그런데 이 버스가 말이 마을버스이지 하루에 몇 번 밖에 안 다녀서 늘 어르신들이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더운 여름이나 매섭게 추운 겨울에도 마찬가지다.

농촌 어르신들은 버스나 마을버스나 택시 등의 모든 요금을 직접 지불해야 한다. 그렇기에 비싼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분은 거의 안 계시는 것 같다. 대부분 값이 싼 마을버스를 마냥 기다리고 계신다.

농장으로 갈 때면 늘 이곳을 지나치는데 지날 때마다 괜히 죄송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어르신들께서 오래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실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어디에 사는지 무관하게 만 65세가 넘으면 전국의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복지교통카드가 발급된다. 도시에 살던, 농촌에 살던, 아니면 산골짜기에 살던, 부자던, 가난한 자던 가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교통카드는 한 번을 탈 수도 있고 수십·수백 번을 탈 수도 있게 돼 있다. 말하자면 상한이 없다. 비용도 알아서 빠져나간다. 물론 나랏돈이다. 쓰는 사람은 내 지갑 안에 있는 돈도 아니고, 얼마를 썼는지도 본인은 모르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먼저 요즘과 같은 소위 백세시대에 65세가 과연 노인인가 하는 점이다. 내가 그 나이를 넘겨 보니 몸도 마음도 분명 노인은 아닌 것 같고, 노인이라 스스로 생각하지도 않는다.

소득이나 자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니 재벌 회장님도 발급대상이다. 나이를 70세나 그 이상으로 높이고 소득이나 자산을 감안해 제한을 두는 것이 어떨까 싶다.

또 하나는 우리 동네 어르신들처럼 지하철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어도 교통카드는 발급해 준다. 결국 도시에 살던 농촌지역에 살던 카드를 발급하니 공정한 것 같으나 전혀 공정하지 않은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해법은 간단하다. 도시의 어른들이 공짜 지하철을 무한대로 타듯, 농촌 어른들께는 지하철 대신 택시를 공짜로 탈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것이 더 공정하고 공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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