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이런 대통령을 꿈꾸며

  • 입력 2022.02.27 18:00
  • 기자명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기후위기, 농업위기 시대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짊어질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다음 주에 실시된다. 어릴 적 어른들의 질문이나, 학교에서 자기소개할 때 반드시 나오는 것이 ‘커서 꿈이 뭐냐’ 였다. 최근에는 공무원, 요리사, 프로게이머 등 현실적이고 다양한 직업이 나오지만, 필자가 초등학교 다녔던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에는 대부분 선생님, 과학자, 주부 등이 일반적이었고, 그 와중에 성격이 활달한 꿈이 큰 친구들의 많은 대답은 대통령이나 장군이었다. 유신정권 말기의 박정희와 신군부의 전두환 대통령의 권력이 하늘을 찌를 때라, 코흘리개들도 그 힘을 알게 모르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요즘의 대통령은 그런 권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철학에 따라 사회 모든 분야의 정책이 결정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대선 후보들의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인식과 차기 정부가 실현해야 할 공약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제20대 대선에 출마한 유력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동시에 농업공약을 발표했다. 또한, 얼마 전인 지난 4일에 주요 당의 대선 출마자 4명이 모여 좀 더 다듬어진 농정 공약을 발표했고, 14일에는 <한국농정>이 개최한 ‘2022 대통령 선거 농정공약 토론회’가 국회서 열려 ‘전환의 시대’를 열어갈 새로운 농정방향을 공약으로 확인하는 자리도 있었다.

사실 지난해 11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농산어촌 녹색대전환’ 공약 이외에 주요 대선주자들이 대선 경선기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발언과 공약 발표를 하지 않아 농민들은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대선후보들이 관련 입장과 공약을 발표한 것에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간략히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성장전략에 포함시켜 적극 보호·육성할 것을 천명하며 농업·농촌 대전환을 약속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농업직불금 5조원으로 2배 확충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농어민기본소득 도입으로 식량자급 실현과 지속가능한 생태농어업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내걸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잘 사는 농업인, 살기 좋은 농촌’이라는 목표로 윤석열 후보와 유사한 공약을 발표했다. 김재연 진보당 후보는 역대 정권의 적폐농정을 폐기하고, 농업을 국가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각 후보의 세부 공약사항을 비교해봤을 때 기후위기·농촌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친환경 생태농업 20% 이상 달성과 농민과 공동체 중심의 농정대전환을 천명한 후보는 이재명, 심상정, 김재연 세 후보이며, 기존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공약은 나머지 두 명의 후보가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무엇보다도 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선 예산구조와 농정 추진체계의 구체적인 조정이 매우 중요한데, 농림수산식품 예산 5% 이상 반영 공약은 앞서 분류된 3명의 대선주자가 약속했다.

하지만, 대선후보들의 다양한 농정 공약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대통령 선출 후 공약 이행이다. 농업계는 지난 대통령들이 임기 동안 추진한 농정에서 공약 이행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 바 있다. ‘국가 농정의 기본틀부터 바꾸겠다’고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된 후 국가의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강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선이라 할 수 있는 김영삼 이후 모든 대통령들은 신자유주의라는 국제적 질서 아래 대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국가간 다자협정을 맺으며 농업과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아왔다. 이렇게 된 주요한 이유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출된 대통령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기획재정부와 기득권층을 등에 업은 실행부처의 관료들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관료의 횡포와 외세에 저항하는 갑오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2갑자가 됐던 2014년 결성된 범농업진영 연대조직,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출범선언문 내용은 이렇다.

‘농업은 나라의 근본이며, 생명의 보고이며, 경쟁이나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농업은 농업 그 자체이며, 농민은 생명지기이다.’

농업의 주체인 농민의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기후위기 극복에 부응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친환경농업, 국민에게 지지받는 농업으로의 농정 전환이야말로 차기 정부의 핵심 농정이어야 하며, 차기 정부에 이러한 국정철학과 실천 의지가 있는 대통령이 선출되길 나는 희망한다.

더 나아가 어릴 적 무소불위의 권력 때문에 대통령이 꿈이라는 아이들이 많았던 것이 아닌, 자본과 관료의 카르텔보다 진심으로 국민과 농민을 포함한 약자 편에 서는 이가 대통령이라서 존경받는 자리기 때문에 요즘의 많은 아이들의 꿈이 대통령이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시대의 도래도 꿈꿔본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