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우리부터 변화하면 좋겠다

  • 입력 2022.02.20 18:00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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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선 가능성이 있다는 두 후보는 박빙이라 그런지 뭐든지 오케이하는 분위기다. 후보들은 당선만 되면 다 해주겠다는 듯, 아니 내가 더 많이 해줄 수 있다고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당선이 되고 나면 현실을 고려한다면서 남발했던 공약들의 순서가 뒤바뀌고 사라지기도 한다.

나는 농민이라 농업 관련 공약을 더 들여다보는 게 당연지사다. 대표 공약으로 100만원 이내 농어촌기본소득, 농업직불금 2배, 농어민 월 30만원 기본소득, 농민기본법 제정을 통한 국가책임농정과 매월 150만원 농민수당 등. 농업·농촌·농민을 위한다는 경쟁이 치열해 보인다. 또한 곡물자급률 30%에서 식량자급률 60%까지 목표도 거창하다. 이러한 공약들이 모두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농업 공약은 이제 인구절벽 농촌에 사는 몇 안 되는 농민 유권자를 위해 구색을 맞추는 공약이라는 생각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농업계의 세계적인 흐름을 보며 국민의 밥상을 들여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가졌으면 한다.

몇 년 전 방송되었던 KBS 특별기획 ‘농업강소국 희망의 조건’ 시리즈를 다시 시청해 보았다. 당시 우리나라 대형마트 식품코너에 있는 1,500여개의 제품 중 1,300여개가 수입옥수수를 직·간접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수입국 현지에서의 옥수수값 1% 인상은 우리나라엔 쓰나미로 다가오며, 쌀을 지키지 못한 작은 나라에서는 전쟁에 준하는 폭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주머니에 돈이 넘쳐나도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일 우리의 식탁에 오르는 채소와 과일 종자의 70% 이상이 외국산인 것도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어디서든 음식은 남아도는 것 같아 풍족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식량 걱정은 자꾸만 뒤로 남겨놓지만, 실제로는 위태위태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대에 쌀을 제외한 식량수입이 95%인 나라에서 어떻게 자급률을 높여서 국민의 밥상물가를 안정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고, 카길과 같은 거대 곡물상의 농락에 휘둘림당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이런 내용의 중심에 농민이 농업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지금까지의 농업정책을 근본부터 다시 세워 기초가 튼튼한 농정을 세우려는 맘을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나중에 예산이 남으면, 시간이 남으면 농업 공약을 지켜야겠다’고 한다면 그때는 많이 늦을 것이다. 왜냐면 기후위기도, 농촌인구도, 수확량도 한 해 한 해가 다름을 농촌현장에서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의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농업만 생각하는 자리는 아니기에 누구와 함께 대한민국의 농업과 국민의 밥상을 걱정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당선되면 실제로 그들이 농정을 계획할 테니 말이다. 또한 당선되지 않더라도 당선자가 올바른 농정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투쟁해 줄 사람에게 힘을 실어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5년간 농어촌지역 학생 수가 급감한 것만 봐도 앞으로 5년이 농어촌에 어떤 위기로 다가올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따라서 모든 후보가 농촌에 눈을 제대로 돌려야 하는데 유권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치에 혐오를 느낀다며 무관심하기도 하고, 반대로 맹목적인 지지를 표하기도 한다. 또한 후보의 지엽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호불호를 논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 같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살피며 농촌에 대한 궁극적인 비전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어떤 과정으로 실현할 것인지 질문을 해야 한다. 또 내놓은 공약의 허점은 무엇인지 비판하여 수정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공약이 아니라 지난 수십년 간 실패한 농정을 근본부터 바로잡아 보겠다는 각오가 단단히 되어있는 후보를 선별해 내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 농민은 국민의 밥상을 위해 헌신하는 공적인 존재로서의 무게감을 가지고 더 크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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