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과일·야채류 유통구조의 근본적 개선 시급하다

  • 입력 2022.02.20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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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는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이후 28년에 이른다. 그동안 배추 파동, 양파 파동, 김치 파동, 계란 파동 등 기후변화에 따른 수급 불안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생산조절기능 및 유통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저렴한 외국 농산물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산의 가격파괴를 가속화시켰고, 이로써 생산 포기 농가가 속출하면서 수급조절의 예측 가능성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었다.

그 대책으로 정부는 도매시장을 통한 대량유통구조를 근간으로 하면서 소규모 생산농가를 위한 농산물 직거래의 활성화를 권장해 왔다. 농민들의 요구에 부응해 지역 농산물의 지역 내 소비를 권장하는 정책도 추진돼 왔다. 그 사례로 지역 초등학교의 과일 간식과 관공서, 학교 및 군부대의 급식용 식재료 공급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농산물 직거래는 인터넷 거래의 활성화로 대규모 생산자까지 참여함으로써 애초의 정책목표를 넘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한 오늘에 이르러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급조절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수급단절’이라는 새로운 재앙 수준의 문제가 나타났다. 이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고 미래에도 예측되는 난제일 것이다.

농산물의 대량소비처인 관공서, 학교 등의 수요단절과 휴게소 등 대량소비 시설에서의 수요급감 등 기존의 유통질서로도 해결하기 어렵게 됐다. 현 농산물 유통체계는 소규모 지역 소비와 농산물 유통의 내재적 한계라 할 수 있는 계절적 공급으로 인한 지속성의 부재, 협소한 지역적 유통체계로 인한 수요단절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 유통체계는 전체 소비자의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수요 단절 시에는 공급자인 농민이나 대량 수요업체 모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치명적인 유통구조다. 가령 학교가 문을 닫음으로써 일시적 수요단절이 발생하면, 농민인 공급자는 생산된 농산물을 처분할 곳이 마땅치 않다. 반대로 위기가 지나간 후 수요가 재개돼도 무너진 공급자가 수요에 즉각 부응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 처해진 생산자들은 정부가 그 위험을 온전히 떠안기를 바라지만 정부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정부 지원은 따라야 할 것이지만, 정부의 지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자구책으로서 유통구조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해결책으로 지역 농업협동조합의 지역 우선 공급체계를 유지하되 계절적 수요 및 잉여 농산물 처리를 고려해 전국조직의 협동조합 유통체계를 확립할 것을 제언한다. 이러한 유통체계는 협동조합만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업체까지 망라해 계절적 수요량과 잉여 농산물을 처리하고 식품업체를 통한 농산물가공을 통해 유통기간을 늘려 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안이다. 생산자는 안정적 농산물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하고, 국내 소비량에 맞춰 전체적으로 공급량을 조절함으로써 농산물의 가격안정을 도모하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적 유통구조는 디지털화함으로써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자구책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국가가 보전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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