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백문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직접 도매상이 될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매상 100명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책이 출간됐다.
저자인 김완배 교수가 도매시장의 본질과 그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집필한 책인 만큼 오랫동안 농산물 도매를 해온 전·현직 도매상들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수록돼있다.
1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서울의 시장, 상인 등의 변천 과정이 정리됐다면 2부에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도매시장의 역사가 현장 증언으로 구현된다. 20대에 시장에 들어가 지금은 80대가 된 도매상들의 진술은 주판으로 입찰하고 마차로 운송하던 옛 시장의 모습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3부에서 저자는 상장 경매제 도입·농안법 파동·전자식 경매·가락시장 현대화사업·시장도매인 등 1985년 가락동 도매시장이 생긴 시점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이슈들을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특히 저자의 경험이 담긴 ‘못다한 이야기’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도매시장 내부의 문제들을 바라보는 데 귀한 자료가 된다.
4부에는 가락시장 중도매인, 상장예외품목 중도매인, 수산, 시장도매인 등 유형별 도매상 37인에 대한 인터뷰가 실렸다. 경매사 소속제 폐지, 가락시장 내 소포장 시설 필요, 현대화사업 등에 관한 현장의 입장을 다방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 정보는 많지만 도매시장의 속살과 도매상의 애환 등은 그 동안 정리된 바 없었다. 이 책이 소중한 이유는 도매시장의 외면이 아닌 그 속까지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고 이는 시장 내 오늘날까지 유효한 일련의 문제들을 풀기 위한 안목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