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자만 돈 버는 채석장 사업, 즉각 철회하라”

운교리 등 전남 곡성 3개 마을 주민들 채석장 반대 시위
개발업자, ‘꼼수’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법적 타당성 마련

  • 입력 2022.02.13 18:00
  • 수정 2022.02.13 21:29
  • 기자명 서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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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서형우 기자]

전남 곡성 죽산리^운교리^대흥리 3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채석장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한우준 기자
전남 곡성 죽산리·운교리·대흥리 3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채석장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한우준 기자

“저희가 바라는 건 채석장이 들어서는 걸 막는 것, 그뿐입니다.” 김성곤 운교리 마을 이장(곡성군 겸면 운교리 채석장 반대 주민대책위원회 대표)이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8일 오전 8시께 전라남도 곡성군청 앞에서 죽산리·운교리·대흥리 3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채석장 사업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었다. 89세의 노쇠한 나이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현장에 나온 황춘옥 할머니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더우나 추우나, 이렇게 피켓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14일 모 개발업체가 전라남도 곡성군 겸면 운교리 인근 약 3만평 부지에 채석장 사업허가 신청을 냈다. 해당 사업은 전라남도 산지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뒤 곡성군수의 결정에 따라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 이에 3개 마을에선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려 지난해 9월 23일 채석장 반대 농성을 시작했다.

주민들이 채석장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채석장 신청지 인근의 마을은 전남에서도 청정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특히 죽산리 마을은 10여년 전 녹색 체험마을로 지정됐고 지난해 12월 14일에는 전남도가 주관한 청정전남 으뜸마을 성과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 지역을 보전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해가 되는 채석장을 들일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또 채석장 사업허가 신청지 하류부에는 운강저수지가 있다. 해당 저수지는 35ha의 GAP 사과재배단지와 55ha의 무농약 벼 재배지역에 물을 대며 마을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만일 저수지 윗부분에 채석장 허가가 난다면 석분·석회수 등 오염물질이 저수지에 유입돼 농사짓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김 이장은 “마을 주민들이 전부 농민들이어서, 채석장이 들어선다면 이들의 생계가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주민들은 피해만 입고, 개발업자는 돈을 버는 채석장 사업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해당 업체가 「환경영향평가법」의 내용을 이용해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은 주민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토석 채취시 승인을 받으려는 면적이 10만㎡ 이상이면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사업 승인을 받으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하다. 반대로 그 이하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적용받게 돼 사업을 신청하는 업체는 주민 의견을 수렴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해당 업체가 신청한 면적은 9만5,084㎡(약 3만평)로 10만㎡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고 있다.

김 이장은 “현재 업자들의 수중엔 12만평의 땅이 있다. 이 중 4분의1인 3만평의 부지에 사업허가 신청을 냈다”며 “사업 기간은 허가일로부터 10년이다. 앞으로 남은 부지를 4번에 걸쳐 사업허가 신청을 낼 텐데, 이 말은 우리 마을 주민들이 40년에 걸쳐 고통 속에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토로했다.

마을 주민들은 한국농어촌공사, 영산강유역환경청 등 관계부처에 채석장 사업을 반대하는 취지의 탄원서를 돌렸다. 그러나 김 이장은 “관계부처가 이 사안에 정말로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대책위가 김영록 전남도지사에게 보내는 채석장 사업 반대 의견서에서 해당 사업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했으며,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에서 사업의 단순 동의가 아닌 ‘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이장은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는 의견만 제시했다뿐이지 실천적인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고 있다. 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 ‘조건부’ 설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아닌 개발업자의 의견만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해당 사업의 환경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성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 변호사는 “업자가 사업허가 신청을 낸 지역은 채석장 사업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환경적으로 보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점도 있지만, 안전상에도 문제가 크다”며 “채석장이 저수지보다 상류에 있어 이곳에 폭우가 내린다면 토사나 돌가루가 저수지로 유입돼 제방의 안전성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이 해당 사업을 ‘조건부’ 승인한 것에 대해 “우리나라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서 ‘부동의’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청이 아닌 사업자가 작성하고, 환경청은 검토해서 의견을 내는 정도로 그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환경영향평가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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