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애호박’과 ‘늙은호박’이라는 이름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습니다. 애호박은 세로로 길쭉한 모양을 띠는데요. 이걸 더 오래 재배하면 정말 옆으로 펑퍼짐한 늙은호박이 되는 건가요?
A.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애호박과 늙은호박은 품종 자체가 다릅니다.
애호박도 늙으면 크고 노래지지만 길쭉한 모양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늙은호박도 어릴 적엔 작고 푸르지만 모양이 둥그스름하지요. 결정적으로 애호박이 늙으면 늙은호박 같은 구수한 풍미가 부족하고, 늙은호박이 덜 익으면 풋내가 도는 모양입니다.
즉, 우리는 호박 품종 가운데 덜 익었을 때 가장 맛있는 품종을 애호박으로, 완전히 익었을 때 가장 맛있는 품종을 늙은호박으로 구분해서 재배·유통·소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단감과 홍시 같은 관계죠.
늙은호박의 아들뻘 돼 보이는 단호박은 어떨까요? 단호박은 또 별개의 품종입니다. 호박은 크게 동양계·서양계·페포계로 나뉘는데, 토종 애호박·늙은호박이 동양계인 반면 단호박은 서양계에 속합니다. 서양계 중에서도 늙은호박으로 먹는 품종은 있습니다. 호박 파이나 잭 오 랜턴(할로윈데이 호박 등) 등 서양 문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대체로 우리 토종 늙은호박보다 좀더 원형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더러 애호박과 구분없이 취급되기도 하는 주키니호박은 페포계 호박입니다. 맛이 다소 단조롭다는 평도 있지만 애호박과는 또 다른 색깔과 식감을 갖고 있는 매력 있는 식재료지요.
동양계니 서양계니 페포계니 구분해도 호박 자체는 원래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아주아주 맛있다는 거죠!
권순창 기자
자문: 국립원예특작과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