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약과 양약, 같이 먹어도 되나요?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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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한약 처방을 하고 나면 자주 받게 되는 질문이 “지금 양약을 먹고 있는데 한약과 같이 먹어도 되나요”입니다. 양약을 복용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거의 물어보시곤 합니다. “이 약 저 약을 같이 먹으면 특히 간에 부담된다고 하는데”라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가 입으로 먹는 모든 음식을 포함한 물질은 식도를 거쳐 위로 들어가 대·소장에서 성분으로 흡수되어 간에 도달하게 됩니다. 음식이나 약물에 포함된 독소도 간에 도달하고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치게 됩니다. 몸이 1,000냥이면 간이 900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하고 일을 많이 하는 장기가 바로 간입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이 역시 인체에 들어오면 간을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처방이 적절하지 않으면 간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양약은 간에 부담을 많이 주고 한약은 간에 부담을 덜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있으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처방이 제대로 되면 간에 부담을 덜 주고 처방이 잘못되면 간에 무리가 갑니다.

즉 처방의 정확성이 기준이지 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는다고 무조건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결론적으로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한약과 양약을 같이 먹어도 되느냐 그렇지 않냐라는 얘기는 처방이 정확하게 이루어졌다는 전제하에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처방이 잘못되었다면 아예 논의를 할 필요가 없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2018년 자료에 의하면 3개월 이상 양약을 만성적으로 복용하는 우리나라 노년층 비율은 83.5%입니다. 3개월 미만으로 보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지고, 해가 갈수록 양약 복용율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즉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하면 안 될 경우 노년층에서는 거의 한약을 복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기본적으로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해도 되지만 희귀난치질환 같은, 또는 급성질환 초기의 경우에는 해당 주치의의 판단을 따라야 합니다. 이처럼 한약과 양약 복용을 동시에 할 경우 간에 부담이 생길 수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이지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통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한약을 먹지 말라고 했는데요”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 그 의사 선생님이 이유도 없이 무조건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할 때는 한약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 복용 중인 양약이 이러이러한 성분이니 언제까지는 다른 약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삼가라고 얘기해줄 때는 그 의견도 따라야 합니다.

한약과 양약을 같이 복용해도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 하는 얘기는 정말 그 성분이 인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현재 우리나라의 뿌리깊은 의학계의 한의계 불신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몸을 고치는 데는 한약, 양약을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몸에 이로운 방향을 찾으면 됩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정확한 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약물의 오남용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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