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CPTPP 가입 추진은 농업 포기를 선언하는 것

  • 입력 2022.01.23 18:00
  • 기자명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농축산물 수입액 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수입액이 84.7%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요 농축산물 관세가 철폐되는 등 누적된 FTA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중 농산물이 가장 많이 수입된 나라는 미국이다. 한-미 FTA는 쌀을 제외하고 모든 농산물을 개방했다. 한-미 FTA를 체결하며 한국 정부는 미국산과 국산 농축산물의 소비패턴이 달라 농업부문의 실질적인 피해는 농민들이 판단하는 것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농민들을 달랬다. 하지만 FTA 체결 10년이 지난 지금, 관세 철폐 및 인하 효과로 미국산 농축산물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대체 소비가 아니라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한-미 FTA는 사실상 한국 농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 애초 공산품을 더 팔기 위해 피해분석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사람과 환경’ 중심 농정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며 농업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는 농정 목표를 제출하고 임기 마지막에 이르렀다. 여기서 사람이라면 농민과 국민일 텐데 농민에겐 농업 생산기반 자체를 무너뜨리고, 국민에겐 불안전한 수입농산물 점유를 늘렸던 무분별한 FTA 추진 등에 대한 반성과 평가도 없이 농정을 자화자찬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농민의 한 사람으로 울화통이 터진다.

여기에 임기를 채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초대형 메가 FTA인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4월까지 진행하겠다는 정부 일정표에 분노가 폭발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제발 농업이란 존재가 국가에서 사라지길 바란다’며 주문을 외치는 것인지 문재인정부의 CPTPP 가입 일정표가 황당할 뿐이다.

한국 정부가 애초 미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조차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최대 교역 상대인 중국과의 관계뿐 아니라 일본과의 무역적자 확대 등 국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과 대만이 가입신청서를 내자 CPTPP에 가입하지 않으면 3류 국가로 전락할 것 마냥 호들갑을 떨며 가입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가입신청서를 냈음에도 중국의 가입을 전망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유는 CPTPP에 중국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은 단지 미국 정부 대응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으로 가입서를 제출한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CPTPP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이런 관계 속에서 경제적 이득을 떠나 최대교역국인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국익을 지키려면 CPTPP 가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가입일정표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황당한 사실은 한국의 농업과 수산업, 임업을 말살할 수도 있는 메가 FTA를 체결하며 어떤 피해를 보는지에 대한 분석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설명회에서는 농업 분야에 대해 논의하지 않고 농림축산식품부 설명회를 계획하며, 농업 피해에 대한 어떤 분석도 내놓지 않으면서 일단은 설명회부터 하자고 한다. 이런 경우, 아니 이런 정부가 과연 있었을까?

식량을 생산하고 탄소를 흡수하는 산업 전반을 상품판매와 바꾸려면서 피해조차 확인하지 않고 단 몇 개월 만에 가입신청서를 내겠다는 정부가 과연 이전에 있었던가?

이는 전부 문재인정부가 농업을 경시하고 농민을 무시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문재인정부는 CPTPP 가입서를 제출하려는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감염병 시대, 기후재난의 시대,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시대에 농업을 단지 상품판매를 위한 희생양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CPTPP 가입을 위한 비용뿐 아니라 공기업, 환경, 지적 재산권 등 국민들의 삶에 밀접한 피해가 확인될 경우 이렇게 졸속으로 진행한 가입절차에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1. CPTPP 가입절차 진행 말고 사회적 협의를 진행하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