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민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 ‘제주농민수당’

  • 입력 2022.01.16 18:00
  • 기자명 고창건(제주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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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건(제주 서귀포)
고창건(제주 서귀포)

대학시절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란 연작소설이 생각난다. 1970년대 도시빈민인 난쟁이가 강제철거로 인해 자살로 내몰렸던 내용이다. 이 소설은 난쟁이의 자살이 단순한 도시빈민의 강제철거 때문이 아니라 당시의 사회구조 전반의 문제 때문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제주에서는 3년을 기다려온 농민수당 예산이 제주도 농정당국과 농민단체 간 합의로 224억원(농민당 연 40만원 지급)으로 결정됐다. 비록 타 지자체에 비해 1년여 지급시기를 늦췄고 지급예산도 적었지만, 여성농민들의 숙원인 ‘농가당’이 아닌 ‘농민당’ 지급방식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그러나 제주도 행정당국은 11월 말에 재정토론을 거치면서 농민수당 예산을 반토막 내버렸다. 이에 농민수당조례운동본부를 구성했던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제주농업인단체와 공동 성명으로 항의하였고 1차산업을 관장하는 정무부지사실을 항의방문했다. 항의방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농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무능보다는 구조적으로 농업예산 자체가 전체 도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힘도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제주도의회를 방문하여 강탈당한 예산을 되찾기 위한 협조를 몇 차례 요청하고, 본격적으로 제주도 행정당국 담당 주무부서장의 이름을 대문짝만하게 현수막에 걸고 투쟁에 돌입했다.

12월 1일 강탈당한 예산을 되찾기 위한 아스팔트 투쟁을 결의하고 도청 안으로 진입하여 농성을 이어가고자 했다. 투쟁이 길어질 것을 각오했는데, 제주도 행정당국이 나서서 사과를 하고 농민수당 예산 원상복구를 약속하면서 투쟁은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어 15일 도의회 예산 통과까지 예결위, 농수축위, 도의회 의장실 방문을 지속적으로 해댔다.

결국, 농어촌진흥기금안에 농민수당 항을 신설하고 매년 일반예산 중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식으로, 2022년부터 지급하는 것으로 의결되었다. 매년 지급액이 상향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도 되었다. 제주 농민들이 쏘아올린 작은 공, ‘농민수당’이다.

비록 작은 공이지만 멈추지 말고 끊임없이 굴려야만 국가책임농정으로 나아간다.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무너진 농업·농촌·농민을 회생할 수 있는 크기로 키워내야 한다.

제주에선 1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한때는 제주감귤이 대학나무이며 제주를 먹여살리는 성장동력인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권력과 자본은 제주도를 홍콩이나 하와이, 싱가포르처럼 만들고 싶어 한다. 국제자유도시를 꿈꾸는 자본의 섬, 자본가들의 휴양의 섬 제주도를 꿈꾸며 설계를 한다.

자본의 꿈은 중문관광단지를 시작으로 제주도 전역에 관광단지형 개발로 이뤄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국제자유도시조성 특별법이 2000년에 들어서며 만들어졌고 2006년 특별자치도법으로 완성되었다. 지금까지도 매년 개정되고 있다. 자본을 위한 환상의 섬을 설계하는 자들의 의해서다. 그 일을 최선두에서 맡고 있는 자들이 제주도 행정당국과 예산 담당자들이다. 그들의 눈에 비친 농업은 단지 걸림돌일 뿐이다.

그러나 관광자본은 결코 지역경제를 순환시키지 않는다. 단지 빨대를 꽂고 빨아댈 뿐이다. 이런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제주농업을 살리는 것 자체가 순환경제이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농민수당처럼 지역주민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이야말로 소상공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이며 지역경제를 순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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