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가장 기본인 귀농교육에 관한 생각

  • 입력 2022.01.01 00:00
  • 기자명 현윤정(강원 홍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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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정(강원 홍천)
현윤정(강원 홍천)

농촌살이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농촌 창업은 도전해볼 만한 일, 혹은 생계를 위해서 한 번쯤은 고려해보는 일인 듯하다. 도시에서 알고 지내던 동생은 애견힐링센터를 하고 싶다고 문의를 하고, 친한 언니는 명상치유센터를 운영하면서 원예치유체험장과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한다. 또래 친구는 커피체험농장을 하며 비누 등을 만드는 공방 카페를 하고 싶단다.

이들은 먼저 농촌에 정착한 내게 청년창업농 지원사업에 대해 묻고, 대출 금액과 방법 등에 대해 물어왔다. 나는 이들에게 왜 농업·농촌이냐고 되물었고 그들은 공통적으로 앞으로 먹고살려면 지원사업으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농촌지원사업이 많고 비교적 쉽다고 들었단다.

나에게 문의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싱글맘, 미혼인 중년여성, 주말부부를 자처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막 귀농한 초보농사꾼 엄마로, 각자의 절박함으로 남들이 말하는 농촌지원사업, 저리 대출, 부동산의 꿈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볼 수 있을까 하는 평범한 이 시대의 도시 여성들이다.

나는 귀농하면서 6개월 합숙 귀농인교육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마을을 꿈꾸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흙을 가꾸는 삶을 꿈꿨다. 공동체가 유지되고, 소통하는 관계 속에서 농촌의 전통과 문화를 지켜내는 일이 너무 소중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이스터대학 친환경채소과에서 작물 재배 기술 및 토양학 등을 배우면서, 마을에서 땅을 빌려 다양한 토종작물을 심고 씨앗을 채종하고 갈무리하여 이듬해 봄이 오면 자가육묘를 하고, 여분의 토종씨앗은 무료나눔을 해오고 있다. 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일 중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찾으며, 마을에서 필요한 젊은 일꾼의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내가 받았던 기관에서 준비하고 행하는 다양한 교육에 대해 매우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내게 꼭 필요한 교육들이었고, 매번 나는 성숙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 나는 도통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교육들은 흡사 사업설명회를 듣는 것처럼 하나같이 똑같은 브랜드 마케팅과 스토리텔링, 라이브커머스 및 사진, 동영상 편집기술, 광고 마케팅에 관한 교육들 뿐이기 때문이다. 지원사업으로는 각종 포장재와 스티커, 리플릿을 제작하고, 라이브방송에 필요한 장비 또는 기술 등을 지원한다. 이들이 나쁘거나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다만 ‘농촌’에서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가장 기본이 되는 ‘농업’에 관한 것들에 소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귀농과 귀촌을 꿈꾸는 이들에게 생존의 절박함을 볼모로 지원사업을 동아줄 마냥 내밀어 사업을 팔지 말았으면 한다. 나는 농업도 사업의 일종임을 안다. 다만,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과 관련된 1차 먹거리를 생산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환경을 지키고 먹거리를 만들어내는 농업의 중요성과 더 중요한 철학을 가지고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안내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이상적이고 현실을 모르는 기대일까.

앞서 언급한 지인들에게는 농촌지원사업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고 말해주었다. 기본적으로 농업에 대한 이해와 농촌생활에서의 적응력 없이는 빚더미에 앉기 딱 좋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 번 해본 사람의 꿀팁 같은 것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야박한 얘기일지 몰라도, 영농정착지원금 등은 농촌에서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촌을 지키고 먹거리를 생산해 내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하기에 라이브방송 잘해서 잘 파는 크리에이터 양성교육보다는 육종·육묘·토양·벌레·해충·작물생육·재배·수확·관리를 잘하는, 농사를 잘 알고 잘 짓는 농업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교육에서 농산물에 스토리를 얹어 팔아야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 인생 스토리 한편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다만 그런 판매 기술에 앞서 중요한 기본이 빠졌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다.

농촌과 이제 막 가까워지려는 청년들이 땅과 자연과 마을의 사람들보다 스마트팜, 3D프린터, 스토리 개발, 동영상 촬영편집, 부동산 공인중개사 뺨치게 땅 알아보기, 토지개발을 먼저 배우라고 교육하는 것은 잘못됐다. 왜 농촌인지, 왜 농업인지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려면 농업정책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책임을 가진 이들이 농촌의 현실과 농업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에 밝고, 농산물 잘 팔아 부자 농부가 되는 것도 청년의 농촌 정착을 위해 필요한 능력이겠지만, 농업과 농촌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미래를 꿈꾸고 행동하는 청년이 되도록 안내하는 교육을 기획하고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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