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2022년, ‘하면된다’로 시작하자!

  • 입력 2022.01.01 00:00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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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여고생이었을 때 좋아하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가 생각난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나는 늘 선택의 기로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하는 것이 좋을까 안하는 것이 좋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각을 깊이 하면 일머리가 생기고 마음이 굳어져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의 선택은 마음은 편한데 몸은 힘든 일이 대부분이다.

농민은 우리의 식량안보를 지키는 공직자라고 치켜세워주던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2019년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졌다. 2019년, 2020년 전국을 돌며 원탁토론회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할 때 기회가 되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지역의 분위기를 보니 현장의 농민들은 손에 꼽히고 대부분 책상에서 농사짓는 분들이었다. 또한 긴 시간 토론 후에 나온 정책들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는 것인지를 물었을 때 답변이 놀라웠다. 정책이란 것이 예산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기획재정부의 벽을 넘기 어렵고, 농특위는 자문기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원래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대통령이 농민을 직접 챙기는구나 하며 뭔가 달라질까 하는 희망을 가진 농민들도 있었다. 결국 말잔치만 했을 수도 있는데 과연 대통령은 이런 특위를 통한 희망고문을 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차라리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 옳았을까?

얼마전 쌀 시장격리 소식이 들렸다. 반가운 소식이다. 매년 쌀값으로 투쟁을 하는 시대는 언제쯤 끝날까? 농민들은 농사를 짓는 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적당히 와줄 것과 햇볕이 적당히 비춰줄 것을 기도하지만 기후위기라는 복병에 안절부절 애태우며 보낸다. 겨우 들판이 누렇게 되고 추수를 하지만 수매가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1년 살림살이가 결정되니 또 조바심을 내게 되고 풍년이든 흉년이든 넉넉히 가격을 매기려는 낌새는 당연히 없다. 밀가루 가격이 올라 과자나 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살짝 넘어가면서 쌀값은 유난히 신경쓰는 정부다. 이번엔 집회도 했지만 청원운동도 하고 서명운동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농민 대다수와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뭐든 닥치는대로 한 것의 두 갈래 길이었다. 만약 정부가 농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신경을 써주겠지 하며 기다리고만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현재 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한 첫걸음인 국회 입법 청원운동이 한창이다. 지금도 농업·농촌에 관한 법이 있긴 하지만 농민을 중심에 둔 법이 아니다 보니 농촌을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농업·농촌·농민이 국민 먹거리를 책임진다고 떠벌리기는 하나 국가정책에서는 홀대당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다. 농민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란 말은 옛말이다.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벽을 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예산을 세울 근거법령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일 테니 말이다. 청원이 시작되면서 내 주변에는 농민들이 5만명을 어떻게 달성할 거냐며 비관적인 평론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농민들의 현실을 보면 고령화되어 있고 스마트폰 자체가 본인 인증하기 어려운 여건이 꽤나 있다. 또한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다며 팔짱 끼고 관망하는 이들도 있다. 따라서 농민만으로 이 청원을 성사시켜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사자인 농민을 청원하게 해야 하고 또 많은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이 과정이 힘들다고 손 놓고 있으면 10년, 20년 뒤 농촌의 모습이 어떨까 상상해보자. 내 나이 70에 청년과 어린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농촌을.

이제 농민기본법이 있는 시대와 없던 시대로 나뉠 것이다.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꾸역꾸역 살아내야 하는, 그래서 청년들에게 농촌에 머물라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는 것이 좋을지, 남은 20일이 벅차고 고될지라도 5만 청원을 달성해 내고 국회를 견인해 진짜로 농업·농촌·농민을 위한 기본법이 있는 시대를 사는 것이 좋을지 마음가는 곳을 잘 들여다보면 좋겠다. ‘하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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