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탄소배출 저감 위해 육식 중심 소비부터 변화를

  • 입력 2022.01.01 00:00
  • 기자명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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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안에 따라 농축수산 분야는 저탄소 농업, 저탄소 사양관리, 가축분뇨 적정 처리 등 생산 측면의 감축방안만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소비 측면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가를 곱씹어 봐야 한다. 한 끼쯤 육식 하고 싶지 않아도, 육고기 메뉴가 없는 식당 찾고 싶어도 그게 더 어려운 현실이다. 당장 우리 주변을 둘러싼 육식 중심의 먹거리 환경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식품제조업 현황이다.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음식료품 제조업체 중 단일품목으로 사업체 수가 많은 것은 △육지동물 포장육(292개) △김(291개) △김치(250개) 순이고, 출하액이 많은 단일품목은 △육지동물 포장육(5조원) △배합사료(양우용, 3조4,000억원) △시유(2조7,000억원) △닭고기(2조6,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둘째, 식당 유형 현황이다. 마찬가지로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에 따르면, 2019년 사업체 수가 많은 업종은 △한식일반음식점업(19만476개, 35조7,000억원) △커피전문점(7만6,145개, 11조원) △한식육류요리전문점(7만4,536개, 19조4,000억원) △치킨전문점(3만7,508개, 6조2,000억원) 순이다. 이들 식당이 축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비중은 73.9%인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상위 식단메뉴 현황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미리보는 2020 외식트렌드’ 자료에 따르면, 방문 외식 메뉴는 김치찌개, 백반, 햄버거 순으로, 배달 외식 메뉴는 치킨, 짜장면, 짬뽕 순으로, 포장 외식 메뉴는 햄버거, 치킨, 빵·도넛 순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학교급식에 축산물과 축산가공품 공급 비중은 60~70%를 상회하고 학생들은 고기가 없으면 채소를 안 먹는다고 한다. 육류 소비가 채소 소비를 견인하고 있다.

넷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언론환경 현황이다. 공중파는 물론이고 유튜브, 케이블TV, SNS 등은 ‘먹방’을 주요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다수이고 필수 식재료는 단연 육고기다. 육식 소비 욕망을 부추기는 먹방 프로그램, 먹방 동영상, 먹방 짤과 사진은 인기도 많아서 조회 수도 높은 편이다.

다섯째, 곡물자급률과 사료 현황이다. 지난 2019년 사료용을 포함한 우리나라 곡물자급률은 21%로서 국내 곡물 수요량 2,014만톤 중 수입량은 1,611만톤에 달했다. 곡물 수입의 대부분은 사료다. 밀, 콩, 옥수수 등 3대 품목이 전체 수입량의 95%를 차지한다. 육식을 많이 할수록 사료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되고 곡물 수입량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육식 중심의 소비습관이 탄소배출을 가중시키는 결과와 맞닿아있다.

육식을 조금 덜 먹는 소비의 변화를 통해서 생산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결과적으로 탄소배출 저감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다음과 같이 대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삼시세끼 내내 또는 일주일 동안 육고기 먹는 횟수를 줄여보길 희망한다. 하루 세 번에서 두 번으로, 주 7일에서 주 6일로, 한 끼니라도, 하루라도 육고기를 먹지 않는 날을 만들어보자.

둘째, 사료 수입과정부터 사육과정, 폐기과정까지 보여주는 식생활 교육프로그램을 실행하길 희망한다. 학생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로까지 범위를 확장해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학교급식 및 공공급식에서 ‘육식 없는 한 끼 급식데이’ 등을 추진해보자.

셋째, 특정 부위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전체 부위, 비선호 부위도 골고루 소비하길 희망한다. 예로서,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면 삼겹살은 12.1%, 등심은 8.4%, 목심은 6.2% 생산된다. 삼겹살 등 특정 부위를 선호할수록 더 많은 돼지를 사육해야 하므로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 식단, 통 소비를 주제로 하는 식단을 개발해서 널리 보급하자.

넷째, 모두가 육식 중심의 소비에 대해서 책임의식을 가지고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의식적 소비행위를 하는 시민이 되길 희망한다. 싼값으로 많은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생산단계, 유통단계, 소비단계로 이어지는 먹거리 공급사슬 속에서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 탄소배출을 덜 하는 축산물에 대해서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도록 정치적 소비행위를 하자.

다섯째, 의식적 소비행위를 통해 형성된 값은 생산단계에서 정의로운 전환에 사용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육환경 개선을 하는 자,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는 자, 사육두수를 감축한 자에게 과감한 보상과 인정을, 지역사회가 합의한 방식으로 사육한 축산물 참여인증제 등을 도입하자. 소비의 변화가 생산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생산자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축산물은 아무 잘못이 없다. 축산물을 너무 갈망하는 인간의 식욕이 주범이다. 어설프지만 나 또한 2년 전부터 이를 실천해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된 축산물은 아무 잘못이 없다.

육식 중심 소비 습관이 사료·곡물 수입량 늘려 ‘탄소배출’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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