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은 정월 초하루 설과 팔월 보름 추석이다. 남녘에서는 당연하게 휴일로 정해 온 국민이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 그렇다면 북녘에서는 어떻게 보낼까 궁금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북에서도 설과 추석은 국가에서 정한 법정 공휴일로 전 인민이 역시 즐거운 명절을 보낸다.
설 명절에는 새해 달력 등을 선물로 학교 스승이나, 가까운 친지 등을 방문해 세배도 드리고 떡국을 나눠 먹으며 덕담을 하면서 보내고, 추석에는 조상님께 제도 올리고 분가한 형제자매가 모여 성묘도 함께 가는 등 남녘의 어느 가족과도 크게 다르지 않게 명절을 보낸다고 한다.
명절이 아이들에게 기쁜 날인 것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어느 민족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북녘의 아이들에게 명절이 기쁜 것은 남쪽의 아이들과도 다르지 않다. 남과 북의 아이들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지 않는 북과 남의 어른들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정전협정을 맺고 적대적으로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것을, 전쟁이 잠시 멈춘 상태로 있는 것을, 종식시키자는 것이 종전선언이다. 평화로 가는 길을 여는데 가장 기본적인 일이 전쟁상태를 끝장내는 것임에도 종전선언을 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손 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뼈를 묻을 사람들이 아직도 전쟁상태를 그대로 놓아두고 남과 북이 계속 적대적으로 살자는 말을 버젓이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평화체제는 남북이 통일로 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평화체제는 남과 북이 협력해 우리 민족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며 공존, 번영의 길을 열어가는 시작이다. 이를 위한 논의의 시작이 바로 종전선언인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남과 북이 전쟁을 통해 상대를 제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가능하지 않고, 상상도 해서는 안되지만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이 우리 민족 모두를 파멸시킨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구상에서 더 이상의 전쟁은 영원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남아야 한다.
남북이 전쟁하지 않고 평화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것이다. 평화는 서로를 신뢰하고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하고 신뢰와 존중은 멋진 구호나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을 통해서 만들어져 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수천 년 기나긴 시간을 함께 살아온 한반도에서 남과 북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롭고 아름다운 미래를 이루는 2022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진천규의 북녘이야기’는 이번호를 끝으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많은 성원과 관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