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업무보고에 나타난 농정 난맥상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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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6개 부처 합동으로 ‘2022년 정부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이 중 농업 관련 분야로 민생물가 안정적 관리와 농촌경제 안정 과제가 제출됐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못할 것이란 예측과 강력한 기후재난이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시점의 업무계획에 담긴 정부의 농업에 대한 시각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우선 농산물 가격을 민생물가로 규정하고 ‘물가부처책임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농산물 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하락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은 도시가구가 1,000원을 쓸 때 겨우 65.4원의 비중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공업제품은 333.1원, 서비스 및 기타는 551.5원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사료 포함 식량자급률이 20%에 불과한 한국의 밥상물가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처책임제로 상승하는 국제곡물가격만큼 국내 농산물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인지, 문재인정부의 반농업적인 시각이 그대로 투영돼 있을 뿐이다.

또한 정부의 업무계획에는 가격변동성 완화 제도 개선, 주요 곡물 비축 확대 등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변동성 완화를 위해 농민들과 소비자들이 시범적으로 가락시장에 도입하자고 하는 시장도매인제를 농식품부가 반대하고 법으로 명시한 쌀 시장격리조차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책임감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눈앞에 발생한 문제 해결에만 급급한 조치일 것이라고 의심하는 이유다.

농촌경제 안정 과제 또한 농가의 경영여건 개선과 농가소득 증대를 통해 안정적 영농을 뒷받침하고, 식량안보 강화를 위해 밀ㆍ콩 자급기반을 구축한다고 하지만 정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 무기질비료 인상 관련 2022년 요소비료 가격이 2021년 대비 216%가 인상돼 80%를 할인 판매한다고 해도 2021년 판매가격보다 무려 25%가량 껑충 뛴다. 상승하는 생산비를 농민에게만 전가하겠다는 의도일 뿐이다. 그리고 공익직불제 확충을 언급하고 있지만 5년간 2조4,000억원으로 예산을 고정하고 있어 어떤 의미도 없는 내용이다. 누가 소유하든 농지에서 영농에 종사하는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해야 하는 원칙에 따라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농민에 대한 구제책을 마련하거나 공익 기능을 높여낼 수 있는 선택형 직불금 예산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말장난에 불가하다.

물론 긍정적인 계획도 있다. 여성농민들 9,000명이 특수건강검진을 받게 되며, 2022년 10월부터 일시금으로만 지급하던 농업인안전보험금 중 장해급여·유족급여를 연금 방식으로 수령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은 기존 농민들의 요구를 담아낸 것이다. 식량안보를 위해 우리밀 생산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대규모 논콩 재배를 활성화하는 것 또한 필요한 사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에서조차 아쉬운 부분이 있다. 여성농민 특수건강검진을 나이별로 구분해 연도별 건강보험 검진과 연계해 모든 여성농민이 받을 수 있는 확대된 정책이 필요하다. 아울러 곡물의 생산기반 확대로 생산량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판매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박근혜정부 때 밀 생산이 늘자 가격이 폭락해 피해를 본 사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을 극복할 공간은 농촌이 유일하다. 그리고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위기에 국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것도 농업이다. 농업, 농촌, 농민에 대한 근본적 시각의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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