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후대선으로 농정대전환을

  • 입력 2021.12.26 18:00
  • 기자명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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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최용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정책국장

 

올 한 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오미크론까지 나온 코로나19 사태를 제외하고, 대외적으로 올해 시민 진영의 가장 큰 이슈는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 할 수 있고, 농업·농촌 내부적으로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른 대책 마련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9월 발표한 정의당 기후행동 10대 실천 중 먹거리와 관련된 직간접적인 내용은 8개나 됐다. 국제적으로도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얼마 전 발표한 기후위기 행동 10개에도 △식단 조정하기 △지역 농산물 구매 △음식 낭비하지 않기 △나무 심기 등 농식품 관련 사항이 4개나 제시됐다. 기후위기 극복에 먹거리 체계의 중요성을 모두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체계 전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37%에 달하는만큼 기후위기 대응 전략 수립에 있어 농업·먹거리 분야는 매우 중요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의 획기적인 유기농업 확대 목표와 더불어 토양의 유기물을 매년 0.4%씩 늘리자는 0.4 이니셔티브, 미국의 건강한 토양프로그램 등 주요국에선 탄소저장고로써 농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는 농업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3.1%에 불과하다고 추정해 감축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이자 기후위기 해결 주체인 농민을 탄소중립위원회 등의 협의구조에서 배제하고, 자본과 기술 중심으로 농업분야 온실가스 배출 감축 방안을 내놓기에 급급하다.

그럼 식량자급, 탄소중립 등 어려운 농업·농촌 현실에 대처하기 위해 차기 정부을 구성하겠다고 하는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자. 먼저 윤석열 후보의 경우 관련 정책 제시가 전무한 것을 넘어 지난 여름, 경자유전에 너무 집착한다는 헌법 훼손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농촌기본소득을 중심으로 삼아 유전자변형농산물 완전표시제 도입 등 소득과 먹거리 정책을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 2017년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로써 제시한 공약 내용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다만 심상정 후보가 지난 농업인의 날에 발표한 공약은 △식량 자급 목표 제정 △경자유전 원칙 확립 △먹거리 기본법 제정을 통한 돌봄체제 강화 △생태농업 30% 이상 대전환으로 농촌의 기후위기 극복 △월 30만원 농어민 기본소득 실시 등 그나마 농업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보여진다.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한국의 시민사회진영들의 연합체인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10일 기후정책경연을 열고, 기후대선을 위한 10개의 대표 정책을 선정·발표했다. 기선정된 5개의 ‘당연한 요구’에 ‘보편적 공공서비스로써 먹거리 제공’이 제시됐고, 대선 시기 사회전환을 위해 필요한 ‘과감한 요구’ 공약 5개 중 하나로 ‘기후위기 대응의 터전 농촌과 농민을 살리기 위한 식량자급률 상향 법제화와 생태유기농업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선정됐다.

이렇게 기후위기, 먹거리위기, 지역위기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국내외적 전략에 발맞춰 농업먹거리 분야의 주요 대선 공약으로 다음의 3가지는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첫째,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친환경 생태농업 육성을 위해 획기적인 유기농업 달성 목표를 설정해 생태를 살리고 환경을 보전하는 지역자원 순환형 농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탄소배출이 큰 수입농수산물에 의존하는 글로벌 푸드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급률 법제화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할 수 있는 지역단위 먹거리 체계를 구축하고, 군급식을 포함한 친환경 공공급식 전면 확대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고 탄소중립 프로그램 실천에 반드시 필요한 농민과 농촌주민 육성을 위해 농업 후계인력을 양성하고, 최저 생활에 필요한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 기후의 경고를 가장 빠르게 경험한 농민과 노동자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의 일상 한가운데 기후위기가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온도가 1.5℃ 상승하기까지의 시간을 보여주는 ‘2030 탄소시계’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7년 7개월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복구 불가능한 지점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단 두 차례의 대선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이 두 번의 대선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대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을까.

2년 전 농업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우리 집 첫째가 평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끼다가 ‘기후를 위한 결석 시위’로 학교를 무단결석했다. 그 당시 부모로서 무단결석이 대학입학에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어른들이 만든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아이들이 직접 세상에 소리치는 것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동의했다. 시위 참석 후 광화문 거리 벤치에서 첫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버지로서 흐뭇한 기억이다. 이 세상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만들겠다는 아이들이 대견하고, 그런 세상으로 만들지 못하고 덧없이 흘러버린 어른들의 시간은 아쉽지만, 우리 농업·먹거리 진영에서 기후위기 극복 농정대전환을 실현해야 할 대선이 단 두 번밖에 남지 않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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