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쌀 할인판매 당장 멈춰야

철원 농민들, 동송농협 항의방문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정경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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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강원도 철원군 동송농협(조합장 진용화)의 철원오대쌀 10kg이 2만5,900원에 팔렸다. 온라인유통업체 11번가에서 11월 10·11·29일에 벌어진 일이다. 11월 8~29일에 20% 할인쿠폰을 적용해 3만2,400원(택배비 포함)에 팔렸고, 위 날짜엔 20% 추가할인까지 더해져 팔린 것이다.

이 사실을 인지한 농민들이 동송농협을 찾아가 파악해낸 경위는 다음과 같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원장 이종순, 농정원)에서 ‘쌀 소비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쌀 할인쿠폰 발행을 지원·독려했다. 할인행사는 지난달 11일 농업인의 날을 기점으로 온라인 판매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11번가는 동송농협, 롯데ON은 철원농협의 오대쌀을 판매했다. 저가판매사태는 농정원이 동송농협과 11번가에 지원한 20% 할인쿠폰을 동시 적용한 바람에 일어난 것이다.

농식품부에서는 농축산물 소비촉진을 구실로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에도 농축산물 할인쿠폰을 지원하고 있다.

철원농민들은 쌀가격 미결정 지역이 남아있는 시점인 11월에 할인쿠폰사용을 독려해 쌀가격을 내리는 결과가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농민들은 쌀가격 형성 시기엔 할인행사를 하지 말 것을 동송농협에 요구했고, 농협 측은 수용했다.

농민들의 우려대로 쌀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현재 작년 대비 3% 이상 떨어졌고, 전남·북과 충남은 5% 이상 떨어졌다.「양곡관리법」에 따르면 당장 시장격리조치를 해야 할 상황이다. 그러나 재정당국은 현재 산지 쌀값이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유로 시장격리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희용 강원도쌀생산자협회장은 “가격지지로 농민 생계를 지켜야 할 농식품부가 오히려 쌀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며 분노했다. 이호반 철원군농민회장도 “할인쿠폰을 덥썩 받아들어 덤핑판매에 협력한 꼴이 된 농협도 문제”라며 혀를 찼다. 이광희 철원군농민회 농업위원장은 “식량자급도가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서 농민과 농업을 이렇게까지 궁지로 내몰면 식량안보를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성토했다.

김용빈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 조국통일위원장은 “할인쿠폰지원책은 대형유통업체에게만 유리하다. 차라리 전 국민에게 위기극복지원금을 지급해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농민과 소비자를 동시에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철원군에서도 오대쌀 할인 판촉행사를 기획 중인 상황에서 농민들은 항의방문을 통해 행사중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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