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배추 하차거래, 늘어나는 물류비용에 산지 부담 커

마지막 남은 차상거래품목 배추 하차거래 앞두고 입장차 여전

산지, ‘재’ 관행 사라지는 것은 장점이나 나머지 지원대책 절실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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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가락시장의 배추 하차거래 전환을 앞두고 늘어나는 물류비용 부담에 생산자들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장에서 배추를 상차한 상태로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가락시장의 배추 하차거래 전환을 앞두고 늘어나는 물류비용 부담에 생산자들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가락시장의 한 경매장에서 배추를 상차한 상태로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한승호 기자

마지막 남은 차상거래품목인 배추의 하차거래 전환을 앞두고 산지 출하자들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단연 하차거래 시 산지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하차거래가 시행되면 인건비, 박스포장, 파레트 랩핑, 지게차 대여 등의 금액을 모조리 농민들이 감당해야 하지만 이와 관련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 산지의 목소리다.

처음에 공사가 주장했던 골판지 상자 출하는 농민 입장에선 불가능하다. 상자 한 개당 1,200원인데 이 가격으로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연평균 망당 4,000원) 배추의 특성상 산지에 과도한 금전적 부담을 초래한다.

곽길성 가락시장품목별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언젠가 하차거래로 전환해야 한다는 방침에는 동의하지만 파레트 지원금액 일부를 제외하고 모든 비용이 생산자에게 전가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농민 입장에서 수취가격은 별 차이 없고 출하비용만 훨씬 증가되는데 누가 좋아하겠나. 현지 작업 조건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한 후에 하차거래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파레트를 트럭에 싣기 위해서는 평평한 바닥에 파레트를 놓고 배추를 쌓아올린 후 쓰러지지 않도록 비닐을 돌려 씌우는 랩핑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산지에 따르면 랩핑하는 데 필요한 네트 그물망이나 비닐값만 파레트당 9,000원씩 드는데다, 이 작업을 위해선 최소 1~2명의 인력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강원도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박스로 출하하고 싶어도 비만 오면 상자가 다 젖고 무엇보다 박스값이 너무 비싸다. 또 고랭지 특성상 평지가 없어 포장 및 파레트 작업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인건비만 해도 한 차당 70만원 정도 드는데(하차거래 시) 100만원을 훌쩍 넘어갈 것이다. 산지 농민들은 전부 반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공사는 골판지 상자와 그물망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하차거래 전환을 추진했다. 또한 농가에 파레트 임차료를 일부(3,000원) 지원하고, 박스로 출하할 경우 6,000원까지 상향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여전히 한시적 대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파레트 없이 배추만 실었을 때는 트럭에 1,000망까지 적재할 수 있지만 파레트에 배추를 올린 후 트럭에 싣게 되면 파레트당 60망 정도가 허용돼 한 차당(14파레트) 840망(최대 900망)을 실을 수 있다. 결국 배추 한 망(3포기)당 물류비가 늘어나는 셈이지만 공사는 이로 인해 물량이 조절되고 기준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산지 출하자들은 적정가격이 나오지 않았을 때 다른 시장으로 재이송을 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하차한 배추를 다시 차에 실으려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뿐 아니라 늦은 시간에 배송기사를 수소문하기도 어려워 사실상 재이송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한유련) 사무총장은 “농안법상 도매시장을 지은 목적은 생산자와 소비자 보호에 있다. 그런데 현재 생산자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수급조절을 통해 농산물 가격을 보장하거나 하차거래 시 추가 비용을 전부 지원하는 등 직접적인 대책이 없다면 산지 입장에서 하차거래를 찬성할 이유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하차거래로 전환하면 기존의 잘못된 관행인 ‘재’가 사라진다는 장점이 있다. 운송되는 도중 짓눌리는 등의 품질저하를 이유로 그동안 전체 물량의 20%는 2등품으로 처리돼 경락가 60%가 적용됐다. 이는 트럭 한 대(1,000망)당 200망에 이르는 수치로 농가 입장에서 큰 손실이었다.

공사측은 재가 사라지면서 농민에게 돌아가는 금액이 하차거래 전환 시에 추가로 투입되는 작업비를 상쇄할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또한 재이송 차량에 대한 운송비 10만원을 지원하고 배추 가격이 원가(5,000원) 이하로 떨어졌을 때 파레트 임차료에 2,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연간 15억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최병선 한유련 회장은 “유통 전반에서 농민들이 손해보는 게 엄청나다. 가락시장현대화사업이 끝나면 물류개선은 필연적인데, 무·양배추 하차거래 시행 후 생긴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한 후에 배추 하차거래를 해도 늦지 않다”라며 “재가 없어지는 건 찬성하지만 공급이 넘쳐 물류비용도 안 나오는 시점에서 진정 농민을 위한다면 수급조절에 힘써 이후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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