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 다시 ‘멈춤’ … 화훼농가 ‘웃음꽃’ 언제 피나

농민들 “코로나19로 생산비와 인건비 다 올라 빚만 쌓인다”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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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올해 화훼류 경매실적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화훼농가는 마냥 웃을 수 없다. 꽃 수요가 늘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꽃 가격은 올랐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자재비 등 생산비를 빼면 손해가 쌓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화훼류 경매실적은 1,282억원으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실적(1,221억원)을 넘어섰다. 오수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절화경매실장은 “생산비가 많이 올라 전체적인 생산량은 감소했지만 작년에 못한 행사를 올해 많이 했고 꽃을 구매하면서 힐링하는 소비자가 늘어 꽃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올해 화훼 가격은 예년에 비해 높다”면서도 “다만 지금 농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고 농자재 값도 20~30% 오르는 등 경영비가 상당히 올랐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비료, 영양제, 유류비 등 전반적으로 다 올랐고, 특히 하우스 지을 때 쓰이는 철근값은 60% 이상 올라 웬만하게 농사지어서는 수익을 맞출 수가 없다”며 농민들의 어려움을 전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세에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등장으로 사실상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조치가 중단돼 꽃 가격마저 다시 하락하자 농민들의 우려는 더 깊어졌다. 지난 13일 국내 최대 화훼생산단지 중 하나인 경상남도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에서 만난 김종필씨는 “공판장에서 리시안 한단 기준 1만2,000원 정도 하더니 오늘은 9,000원으로 떨어졌다”며 “위드코로나로 소비가 늘고 꽃도 없다 보니 가격이 괜찮나 싶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5,289㎡(1,6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국화, 리시안, 거베라 등을 기르는 그는 “농사를 지으면 출하해서 받은 돈으로 다음 작물을 준비해야 한다”며 “떼돈 벌려는 게 아니다. 다음 작물 모종 살 돈과 수확 전까지 생활비만 있으면 되는데 생활비는커녕 모종값도 안 된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이어 “지금도 농약값이랑 모종값을 다 못 줬다”며 “계속 빚만 는다”고 말했다.

다른 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유승민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화훼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9,917㎡(3,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서 주로 거베라를 기르는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하우스 골격 자재 등 시설비와 인건비가 엄청 올랐다”며 “보통 300단(3,000송이)은 따야 하는데 지금은 150단(1,500송이)으로 줄였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에서 만난 유승민씨가 자신의 시설하우스에서 ‘거베라’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솟는 생산비와 인건비에 화훼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지난 13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화훼단지에서 만난 유승민씨가 자신의 시설하우스에서 ‘거베라’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치솟는 생산비와 인건비에 화훼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유승민씨는 2003년 한국농수산대학 화훼학과를 졸업하고 아버지를 도와 화훼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청년농민이다. 그는 “초기엔 매출을 4억원까지 올릴 정도로 수입이 괜찮았다”라면서도 “2010년 이후로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여파로 각종 모임과 행사가 취소되면서 꽃 소비량이 크게 줄어 매출이 2억원까지 급감하더니, 2년 전 코로나19로 바닥을 찍었다”고 탄식했다. 그는 “기름, 농약, 비료 등 투자금만 매년 1억 이상 든다”며 “원래 농협 빚이 없었는데, 몇 년 사이 빚이 엄청 늘었다”고 덧붙였다.

19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화훼업에 뛰어든 그는 요즘 업종을 바꿀지 고민 중이다. 그는 “과거엔 대동면에서 화훼농사를 짓는 작목회 회원이 500명 정도 됐는데, 지금은 160명 정도로 줄었다”며 “농사짓다가 택배업 하는 대학 선배가 돈 안 되는 농사 그만하고 같이 택배 하자고 하더라. 주말도 없이 농사짓는데 돈은 안 되니 자괴감 든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함께 꽃집 청년을 꿈꾸던 친구들도 절반 이상 화훼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그는 “울산에서 관엽류 기르던 친구는 끝내 농사를 포기하고 지금은 직장 다니고, 장미 키우던 친구도 토마토 키우면서 겨우 밥만 먹으면서 산다”며 “이게 화훼업의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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