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농지와 태양광 발전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사동천 홍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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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동천 홍익대 교수
사동천 홍익대 교수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 이내로 하는 목표가 세계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이를 넘는 상승이 예상되고 그 이후 닥칠 지구의 위기는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에너지소비국이고, 에너지 위기의 주범은 화석연료 사용이다. 대규모 에너지를 사용하는 곳은 주로 기업이다.

애플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모든 공장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원전 1기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별도로 건설했다. 그 결과 애플은 지난 1월 애플이 세계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사용량의 93%를 재생에너지로 바꿨고, 지난 4월에는 본사 에너지 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화했다고 한다. 영리기업인 애플의 이러한 선제적 대응은 윤리경영에 동참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국내적으로는 탄소세 부과, 국제적으로는 탄소관세 부과 및 이미지 개선 등을 통해 얻는 것이 더 많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 정부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중 핵심은 태양광 발전시설 확충이다. 산림지역과 해안지역에서는 풍력발전시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각 분야별, 지역별로 할당해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적인 길이다. 그런데 농촌지역을 보면 곳곳에서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겠다고 산림을 통째로 벌목해 산사태를 유발한다든가, 식량안보 고려 시 1인당 농지면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농업진흥지역 또는 멀쩡한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는다든가 하는 등의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그 예다. 물론 다수가 수긍하는 것들도 있다. 가령 태양광 발전시설을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에 설치한다거나 축사 지붕에 설치하는 것 등이다. 모두 더 이상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주변과 조화롭게 자리 잡는 것들이다.

물론 국민 대다수가 수긍하는 정책을 실현한다고 해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상당히 설익은 정책 결정과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왜곡이 있기 마련이다. 급하게 서두를수록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 그리고 우선순위도 정해야 한다.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보면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농지에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시설은 사실상 농지전용이다. 20년 후 다시 농지로 이용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후위기와 식량안보는 절대적인 상관관계가 있다. 정부는 어떻게 식량안보를 달성할 것인지 대안을 갖고 있지 않다. 농지면적은 식량안보와 직결된다.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을 우리와 비교하면 스위스는 2.5배, 영국은 3배, 네덜란드는 5배, 프랑스는 10배 수준이다. 현재의 식량자급률도 20% 수준이다. 즉, 우리가 먹고 있는 식품의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도시민의 농지 소유 비중은 공식적 통계로 50%에 이르지만, 명의신탁 등 소유자가 밝혀지지 않은 농지를 포함하면 70%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정부가 계속 농지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허용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도시민 소유의 농지 대부분이 태양광으로 채워질 것이다. 은퇴 농민의 농지도 태양광 발전시설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토 면적의 약 16%인 농지가 5~8%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식량안보를 고려해야 하는 것 외에 자연환경 보전,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보전, 경관 보전 등 다른 정책목표와도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목표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했으면 한다.

우선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가능한 모든 관공서 지붕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 탄소 제로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먼저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모든 기업의 공장과 시설 지붕에 의무적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게 함으로써 기업 스스로 탄소중립을 실현하게 해야 한다.

셋째, 도시의 빌딩과 시설들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시설을 늘려야 한다. 물론 주변환경과 어울릴 수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넷째, 농촌과 산림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은 식량안보, 생태계 보전, 생물 다양성 보전, 환경 보전 등을 모두 고려해 훼손 정도가 최소화될 수 있는 곳에 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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