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정착마을 ‘석재공장 반대’ 투쟁 10개월째 접어들어

3월부터 시청 앞 피켓 시위 진행 중인 주민들

소음·분진 발생 및 농산물 가치 하락 등 우려

  • 입력 2021.12.19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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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4일 이전남 황등서부교회 목사가 마을 중앙에 위치한 석재공장 예정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해당 공장부지는 논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채 연접해 있다.
지난 14일 이전남 황등서부교회 목사가 마을 중앙에 위치한 석재공장 예정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목사에 따르면, 해당 공장부지는 논과 1m도 떨어지지 않은 채 연접해 있다.

 

 

전라북도 익산시 황등면 율촌리 일원의 석재공장 설립을 둘러싼 주민 반대 투쟁이 1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매일 아침 익산시청 앞 피켓 시위를 진행 중인 주민들은 “이미 인근 산업단지 석재공장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마을 한가운데 석재공장이 또 들어서는 건 용납할 수 없다.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 환경까지 위협하는 석재공장 건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정착마을 석재공장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서원근, 대책위)’는 △40~50호 가구가 인접해 생활하는 동네 중심에 석재공장이 위치하는 점 △석재공장 가동 시 소음, 분진 및 오·폐수로 인한 정신적·육체적·물질적 피해가 예상되는 점 △주민 생계를 책임지는 농산물의 가치 하락과 유통·판매에 어려움이 불가피한 점 △원석을 실어나르는 대형 트럭 등으로 교통 혼잡 및 사고 위험이 유발되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꼽고 있다.

이에 지난 3월과 5월, 9월 세 번에 걸쳐 각각 95·85·96명의 반대 서명을 익산시에 제출했으며, 석재공장 예정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하림에서도 직원 1,836명의 서명을 담은 반대 의견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이밖에 황등면 이·통장협의회 58명 중 52명 역시 율촌리 석재공장 설립 반대에 동참한 상태다.

대책위에 따르면 석재공장 건설을 위해선 현재 예정부지 지구단위계획구역의 ‘용도변경’이 선행돼야 한다. 익산시청에 용도변경 신청이 접수됐으나, 지난 11월 30일경 도시계획심의위원회는 해당 건에 대해 재심의 판정을 내렸다. 대책위 관계자가 전한 재심의 판정 이유는 ‘주민, ㈜하림 등의 반대’가 가장 주요하다.

10개월째 기약 없는 투쟁을 진행 중인 서원근 대책위원장은 “농촌에 사람이 없다 보니 3월부터 매일같이 시청에 출석하느라 농사는 뒷전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매일 나서지 않으면 동네 한가운데에, 집 바로 앞에 석재공장이 들어서게 되고 공장과 1m도 안 떨어진 논에서 농사도 지어야 한다”라며 “대부분의 주민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경작지 인근에 석재공장이 들어선단 소문에 벌써부터 구입을 꺼려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또 대책위원인 이전남 황등서부교회 목사는 “석재공장 추진 업체 측과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일단 가장 큰 문제다. 주민들은 난데없는 석재공장 때문에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는데 업체는 비산먼지를 걱정하는 주민에게 이미 인근에 석재공장단지가 있는데 하나 더 들어서는 게 무슨 문제냐, 직원 몇몇이 진폐증에 걸렸지만 생활하는 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라며 “업체는 또 용도변경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기존 공장 개축 또는 배수관 매립 등의 작업을 불법으로 자행하다 행정명령을 받은 바 있고, 주민들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실제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석재공장 예정부지 지구단위계획구역 용도변경 재심의는 업체가 사업계획 등을 보완·제출해 요건을 갖출 경우 재개된다. 이와 관련해 시청 관계자는 “예정부지는 원래 공장 조성을 위한 계획관리지역이며, 석재공장이 설립 불가능한 업종에 해당되지도 않는다. 주민들의 찬반 주장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심의 과정에 반영되겠지만, 중립적인 시 입장에선 이미 주변에 석재공장단지가 존재하고 주민들이 반대 이유로 꼽는 비산먼지나 오·폐수, 분진 등의 발생량 또한 많지 않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4월 면담 시 “주민 반대가 계속될 경우 용도변경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정헌율 시장의 약속이 있었다”며 반대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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