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식량은 상품이 아니다

  • 입력 2021.12.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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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구 온도를 낮추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2040년이면 산업화 이전 지구 온도보다 1.5℃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2050년까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탄소중립을 목표로, 산업구조를 바꾸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이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다.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식량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의 문제도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은 기후위기로 일컬어지는 자연재해에 가장 많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는 특성이 있다.

코로나19와 기후위기 속에 세계는 농산물에 대한 생산설비를 확충하거나 비축량을 늘렸다. 이는 OECD ‘농업정책 점검 및 평가 2021’ 보고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2018~2020년 분석 대상 국가의 총 농업지원은 2000~2002년의 두 배로 확인됐고, 생산자 중심의 지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의 식량자급을 위해 농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어떤가? 식량조차 상품으로 인식하고 모자라면 값싼 수입산으로 채워서 식량안보에 대응해도 된다는 신자유주의 사고가 팽배해있다.

그 결과가 바로 현재의 식량자급률이다. 사료를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쌀을 제외하면 채 5%가 되지 않는다. 쌀을 포함한 전체 식량자급률은 20%며, 제2의 주식이라 할 밀 자급률은 0.7%, 쌀 자급률 또한 92%에 불과하다. 수치상으로도 한국의 식량안보는 너무 위태롭다.

그럼에도 정부의 농업예산은 코로나19 시대에 전체 예산의 3% 밑으로 하락하더니 내년 예산은 2.8%로 쪼그라들었다. 세계적 추세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뿐만 아니라 쌀 수급안정을 위해 지난해 개정한 양곡관리법을 정부가 위반하고 있으며, 평균 쌀값만을 들이대며 ‘아직 비싸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하는 상황이다.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인류적 과제는 과거를 정리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과정은 농업과 농촌에 뿌리 깊이 존재하는 불평등을 극복하는 정의로운 과정이어야 한다. 식량조차 상품으로 바라보고 효율성과 규모화 정책으로 일관한 한국농정은 농업·농촌·농민이 가진 본래의 모습과 역할, 가치를 훼손시켜왔다. 새 기준이 필요하다. 효율성과 규모화 중심의 농정이 아닌 농업의 가치를 유지, 지속,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농민들이 국회 입법청원 중인 농민기본법 청원 운동의 핵심 논리가 농정의 목표를 농업·농촌 공동체 유지 주체인 농민에 대한 기본적 권리 보장과 안전한 먹거리 공급, 농촌환경 보전 등 국가의 책임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량에 대한 세계화는 종식돼 가고 있다. 국민들과 정치권이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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