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농업을 챙기지 않았다

  • 입력 2021.12.12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정부 마지막인 2022년 예산이 확정됐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정부 총예산 400조5,000억원보다 48.3% 증가한 607조7,000억원으로 편성됐다. 그동안 국가살림이 200조원 늘었다. 5년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시기인 만큼 내년도 예산에 대한 여러 평가가 존재한다.

문재인정부가 시작될 당시 사회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촛불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컸고 국민들의 열망을 담은 개혁을 이뤄낼 정부라고 생각했다. 촛불민심은 문재인정부의 동력이 됐고 적폐를 청산하는데 힘을 보탤 강력한 지원군이었지만 결론적으로 정부 스스로 이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가 됐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또 절망으로 바뀌는 시간 동안 촛불정신은 흐트러져버렸고 이제 남은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민심뿐이다. 촛불정부 또한 지금처럼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세력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신자유주의 체제에 편승돼 농업을 바라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농민과 함께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농민의 자리는 없었고 농업은 점점 소외됐다. 대통령이 직접 농업·농민을 언급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이며 농업의제가 뒤로 밀려나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예산을 통해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2017년 정부 총예산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비중은 3.7%였다. 촛불정부에 대한 농민들의 기대도 컸던 만큼 예산확충을 통해 농업 회생 의지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국가 전체 예산 대비 농식품부 예산 비중은 2018년 3.4%에서 2020년 3.08%로 하락했고, 2021년에는 결국 3%대마저도 무너졌다. 농정에 대한 철학 부재와 시장에서 하나의 상품처럼 농업을 취급하는 관점이 불러온 결과다.

지금까지 농민단체는 국가 예산 중 농업 예산의 비중이 5%는 보장돼야 농업이 안고 있는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해 낼 수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그러나 5%는커녕 3%대마저도 붕괴되며 농민들과 함께 한다던 굳은 약속까지 깨끗하게 저버렸다. 2022년 예산 비중은 2.8%다. 문재인정부는 붕괴돼 가는 농업·농촌·농민의 회생을 단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다. 농업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데 그저 농업계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라는 것을 문재인정부 마지막 예산에서 분명하게 확인한 셈이다.

정부의 의지가 담겨 표출되는 예산은 현실의 농업·농민의 어려움을 깊게 공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코로나19 감염증이 인간을 위협하는 시기에 전환을 말하면서 정작 근본적인 모습의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에 대한 맹신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한 결과 도농 간 소득격차가 심화되고 여기에 농민층마저도 격차가 더욱 커지게 됐다.

국제무역에 의존하는 행태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을 더욱 체감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 속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챙겨야 하는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늦었지만 한국농업이 고사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일으켜 세울 방도를 내놔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한국농업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깊게 생각해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