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분해성 멀칭비닐’ 본격 확산 앞서 철저한 검증 필요

인건비 절감·환경오염 방지 대안으로 최근 각광

강릉시 등 일부 지자체선 지원사업 추진하기도

분해성·독성 연구·인증기준 실효성 등 아직 미흡

  • 입력 2021.12.12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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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인건비 절감, 환경오염 방지 대안으로 떠오른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본격 확산에 앞서 분해성과 독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삼가리의 한 비탈진 밭에서 농민들이 멀칭비닐을 두둑에 씌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인건비 절감, 환경오염 방지 대안으로 떠오른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본격 확산에 앞서 분해성과 독성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삼가리의 한 비탈진 밭에서 농민들이 멀칭비닐을 두둑에 씌우고 있다. 한승호 기자

 

영농폐비닐 감축 및 인건비 절감 등의 대안으로 최근 떠오르는 생분해성 멀칭비닐에 대한 검증이 미흡하단 지적이 제기됐다.

비닐멀칭은 잡초 발생을 억제하고 제초제 사용을 줄여주는 한편, 보온 및 수분·양분 유실 감소 등의 효과로 농작물 생산성과 상품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 외에 폐비닐 수거의 어려움, 토양 잔류, 폐기물 처리 난항, 농촌환경 오염 등의 문제 또한 안고 있다.

이에 최근 생분해성 멀칭비닐이 비닐멀칭의 단점을 보완할 해법으로 대두되고 있다. 생분해성 멀칭비닐은 일반적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과 생분해성 수지(PLA, 폴리유산) 등을 주원료로 한다. PBAT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며, PLA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다. 멀칭 후 햇빛에 산화되기 시작하며 추후 땅속 미생물과 물 등에 의해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생분해성 멀칭비닐은 폐비닐 수거 인력을 덜어도 돼 농가에선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일부 인식되고 있다. 영농폐기물 처리로 고통받는 농촌환경을 지킬 대안이 될 거란 기대 또한 적지 않다. 물론 일반 멀칭비닐보다 잘 찢어지는 단점과 4~5배가량 비싼 가격은 생분해성 멀칭비닐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생분해성 멀칭비닐 확산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최근 곳곳서 확인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에선 농민들의 가격 부담 경감과 생분해성 멀칭비닐 사용 확대를 통한 토양·환경오염 개선 효과를 기대하며 내년도 예산 약 12억원을 시비 100%로 자체 편성해 ‘생분해성 멀칭비닐’ 전면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신청을 받아 예산 범위 내에서 생분해성 멀칭비닐 구입가격의 80%를 보조할 방침이다.

또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에서는 생분해성 비닐을 활용한 마늘 재배 실증시험을 내년 5월까지 3개소에서 진행해 겨울작물 생육 및 수량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생분해성 멀칭비닐 본격 확산에 앞서 철저한 연구·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분해성 멀칭비닐 분해성 또는 독성에 대한 공식 연구자료가 현재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촌 영농 과정에서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분해 또는 독성 검증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아직 시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내년에 농림축산식품부와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라며 “생분해성 멀칭비닐의 원료 대부분이 전량 수입되는 것으로 알고, 그 함량에 대해서도 기업 영업기밀 등의 이유로 공개된 바가 없다. 원재료 확보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생분해성 멀칭비닐 시험·연구는 분해성·독성 검증보다 대다수 재배 적합성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추세다. 이에 일부 농민들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생분해성에 대한 정확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실제 영농현장에서 사용 시 토양에 매립된 멀칭비닐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지상부 멀칭비닐이 그저 작게 작게 쪼개져 토양에 섞이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미세 플라스틱이 토양에 잔류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생분해성 시험방법은 국제표준기구(ISO)에 기반한 국가표준 ‘KS M ISO 14855-1’을 따른다. 국가표준인증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해당 시험방법은 ‘퇴비화 조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으로 유기화합물인 플라스틱의 호기성 생분해도와 붕괴도를 측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퇴비화 조건이란 58±2℃의 온도 조건을 의미한다. 일반 영농 환경에서 노지 토양 온도가 퇴비화 조건까지 오르기란 쉽지 않다. 인증기준과 생분해성 시험방법에 대한 제고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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