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 가격 반토막 ··· “이런 장사는 안 하는 게 맞아”

  • 입력 2021.12.12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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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전남 무안에서 농사짓는 윤재문씨가 양배추밭을 바라보며 “1월달까지 밭에 그대로 있지 않을까 싶다. 출하시기를 놓치면 수분을 많이 먹어 양배추가 터지고 쫙 벌어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전남 무안에서 농사짓는 윤재문씨가 양배추밭을 바라보며 “1월달까지 밭에 그대로 있지 않을까 싶다. 출하시기를 놓치면 수분을 많이 먹어 양배추가 터지고 쫙 벌어진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양배추 가격이 1년 만에 3,000원대로 폭락해 산지 농민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전남 무안에서 만난 한 농민은 “6개월간 농사지어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다. 이런 장사는 안 하는 게 맞다”라며 하소연했다.

지난 8일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양배추 평균 가격은 3,740원(8kg)으로, 12월 평년 가격(7,561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달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양배추 평균 도매가격은 4,880원으로 평년대비 40% 가까이 떨어졌고, 가파른 내림세는 이달 들어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이에 따라 가을양배추 출하가 늦어지고 있고, 내년 1월까지 출하량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에 출하될 겨울양배추 생산량도 평년대비 14%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양배추 가격이 3,000~4,0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양배추 가격이 유례없이 올라 재배면적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관측에 따르면 올해 출하될 가을양배추 생산량은 3만7,000톤으로 평년대비 약 15% 증가했고 작황도 좋았다.

전국 양배추 생산량의 11%를 담당하는 전남 무안군에서도 양배추 재배면적이 대폭 늘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무안군에서 양배추 재배량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양배추 재배농가가 급증했는데, 코로나19 이후 한없이 치솟은 인건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두배 가까이 늘어난 인건비 앞에서 농민들은 상대적으로 인력이 덜 투입되는 양배추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것.

무안에서 17년째 농사짓고 있는 윤재문씨는 1만2,000마지기 양파밭을 1,000마지기로 대폭 줄였다. 그 대신 지난해보다 양배추를 20% 정도 더 심었다. 산지에 따르면 많은 농가들이 양파에서 양배추로 작목을 전환하는 중이다.

윤씨는 “주변에서 다들 양파 재배면적을 30% 정도 줄이고 있다. 대신 양배추 농가가 굉장히 늘어났다. 양파·마늘의 경우 200평 당 생산비만 130만원 이상이 투입되는데, 들어가는 인건비 대비 남는 게 없기 때문에 주산지임에도 양파·마늘 농사가 축소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무안지역 농민들은 대부분 유통상인들과 계약을 통해 양배추를 출하한다. 매년 11월, 상인에게 양배추 종자를 받는 것으로 구두계약이 이뤄진다. 정식 후 일부 계약금을 받지만 농사를 다 짓고 난 후 수확철에 접어들었을 때 지금처럼 가격이 안 좋으면 상인들에게 계약금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유통인들이 수확을 포기하면 농민은 밭을 갈아엎는 것 이외에 손쓸 방법이 없다. 농민 스스로 양배추를 수확한다고 해도 판로가 없을뿐더러 인건비가 안 나와 팔아봤자 손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계약한 평수보다 적은 평수로 계산해 지불받는 경우도 있다. 한 농민은 “상인에게 계약금을 다 받아서 다른 농가들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양배추값이 떨어지니까 상인들이 실제로 농사지은 평수보다 1,200평 정도 깎아서 구매하더라”고 토로했다.

연이은 양배추 가격 하락에 지난달 전라남도(지사 김영록)는 시·군의 신청을 받아 산지폐기를 지원했다. 무안군에서도 75개 농가·60.7ha의 양배추를 폐기했고 마지기(200평)당 50만원을 보조했다.

농민에 따르면 양배추는 마지기당 50만원 가량의 생산비가 투입된다. 농민에겐 완전히 손해인 셈이지만 산지에서는 이마저도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무안군 관계자는 “마늘·양파의 경우 가격이 떨어지면 산지폐기를 해왔지만 양배추는 주산지 품목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으로 산지폐기를 지원했다. 더 많이 지원하기 위해 주산지 품목이 되도록 농식품부에 건의했고, 양배추 농가가 급격히 늘어난 만큼 농식품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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