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산어촌 개벽 곡성 대행진 추진단 활동기

  • 입력 2021.11.28 18:00
  • 기자명 박진숙(전남 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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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숙(전남 곡성)
박진숙(전남 곡성)

해남을 거쳐 곡성에서 시작한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이 전북, 충북을 지나 경기지역을 넘어섰다고 한다. 일찌감치 전북으로 깃발을 넘겨준 후 느긋하게 응원을 이어가던 차에 반환점을 넘었다는 소식은 그날의 열정을 되살리게 한다.

도올 김용옥 선생, 박진도 교수 등이 주축이 된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전국 팔도를 순회하며 각계각층 민초들의 지혜가 국가정책으로 실현되게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우리 곡성에서도 지역 기획단을 꾸리고 ‘공동체 회복과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지역 기관·시민사회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로 추진단을 꾸려냈다.

10월과 11월 곡성추진단 집행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곡성 전역을 몇 바퀴 뛰었는지 모르겠다. 기획단의 종횡무진 활약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공동체활동을 열정내던 이들이 한 분 한 분 추진단으로 모여져 우리가 목표한 100명을 훌쩍 넘기는 역사가 이뤄졌고, 결국 100여명의 시민사회단체·기관이 한자리에 모여 곡성 대행진을 멋지게 꾸려낼 수 있었다.

직접 쓴 손펼침막을 펼쳐 들고 만장을 앞장세워 곡성군민과 도올 김용옥 선생, 박진도 교수가 함께한 행진은 감동 그 자체였다. 지난해 수마에 아직 회복되지 않은 섬진강변 길을 걸으며 꾹꾹 밀려오는 아픔과 분노를 삭이느라 눈이 벌개지기도 했고, 기후위기와 지역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민과의 노상토론이 즉석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이어 저녁 무렵엔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만민공동회를 개최했다.

100여명의 지역주민들이 상기된 얼굴로 빙 둘러앉아 진행한 곡성 만민공동회는 도올 김용옥 선생과 박진도 교수의 ‘3강 5략’ 발제로 시작되었다. 이어 사전 설문을 통해 제안된 네 가지 의제를 담은 선언문을 한목소리로 읽으며 대행진을 마무리하였다.

곡성 만민공동회 선언문에는 지역소멸의 위기를 넘어 모든 지역 구성원들의 행복한 삶과 마을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을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제안하였다.

첫째는 우리지역 모든 면에 주민자치회가 꾸려져 마을의 돌봄·주택·일자리·교육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마을공동체가 정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그 운영과 지위를 보장하는 주민자치회의 법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제안이다.

두 번째는 지역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배움과 성장을 지원하는 평생학습장이 되어야 하니, 이를 위해 지역정책은 통합·융합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는 제안이다. 경쟁교육의 틀을 부수고 신자유주의시대 흐트러진 농촌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마을 교육생태계가 복원되도록 지역교육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후위기 시대 대안이 될, 지구도 살리고 사람도 살리는 저탄소 생태농사로 전환을 하자는 제안이다. 전 지구적 기후위기에 직면하여 농촌의 전환적 실천이 필요한데, 농업의 탄소흡수력을 높이고 농업·농촌의 생태환경을 복원하기 위한 친환경생태농업으로의 전환과, 국민먹거리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지역의 농산물 자급력을 높이는 정책도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넷째는 지역의 소득불균형을 해결하고 농(農)의 다원적 가치를 지켜낼 농민·농촌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농촌과 농민을 살리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며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는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대행진을 준비하며 우리 곡성군민들은 좋은 마을이 있어야 내 삶도 괜찮게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원팀’이 된 우리는 마을의 공동체성을 강화하고, 자치력을 향상하기 위한 민-관 협력의 장을 확대해나가기로 결의하였다.

곡성 대행진에서 모아진 공동체 회복의 불씨가 보태어져 전국 팔도를 거쳐 큰 들불로 번져서 천하의 근본인 농민·농촌이 잘 사는 개벽이 이뤄지길 바란다.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에 농산어민 도시민 할 것 없이 가슴 열고 합류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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