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부자 되는 것 원치 않는다”

김충근 전국사과생산자협회 회장

  • 입력 2021.11.28 18:00
  • 수정 2021.11.28 18:22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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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김충근 전국사과생산자협회장은 요즘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민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느라 여념이 없다. 사과수확이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그를 찾아갈 수 있었다. 지난 22일 의성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사무실에서 김충근 회장을 만나 허심탄회한 얘기를 들어봤다.

올해 전국사과생산자협회를 만들고, 지난달 농민의길에 가입했다.

모태가 된 단체인 한국사과협회를 15년 정도 운영했다. 순수하게 사과 생산자들끼리 모여 만든 자생단체였다. 농민들이 직접 변화를 만들고 농사를 더 잘 지어보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단체인데 시대적 변화에 따라 한계가 있었고, 농식품부에 신청해 4월달에 인가받고 출범했다. 교육과 유통, 농업정책을 기반으로 조직을 확대해나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경상도에 5개 지회를 더 늘리면서 단체를 키워나가는 중이다.

정부는 농산물가격을 물가폭등의 주범으로 몰아 농산물가격을 잡는 것으로 물가정책을 펴왔다. 농민 개인이 홀로서기는 힘들다. 함께 연대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전국에 있는 3만5,000 사과농가들이 힘을 합해도 어려운 판에 농민들이 단결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 사과 농사는 어땠나.

노지재배하는 과일이다 보니 기후의 제약을 받는다. 봄에는 서리피해, 동해피해, 여름·가을장마, 태풍 등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에 비해 농작물재해보험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보상금액도 줄고 불합리한 점이 많아 가입률도 줄고 있다.

작년에 비가 많이 와 작황이 나빴는데 올해는 다행히 괜찮은 편이다. 가격도 작년 대비 8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사과가격은 높았지만 수확량이 적어 농가가 이득을 본 것은 아니다.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하고, 작황이 안 좋아 생산량이 줄면 가격은 올라가도 팔 게 없다.

사과가격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동은 없는데 그에 비해 생산비가 많이 올랐다. 농약·비료·자재값은 매년 오르고, 특히 코로나로 인건비가 3분의 1 이상이 올랐다. 작년까지 9만원이었던 인건비가 올해 최대 15만원까지 올랐다. 사과 농가의 80%가 생산비도 못 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통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일본의 경우 농민이 사과를 수확하면 농협에서 판매를 전담한다.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싣고 공판장에 가서 팔지 않아도 된다. 우리나라 농민들에겐 꿈같은 얘기다. 농민이 농사만 지으면 판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반면 공판장에선 가격의 기준을 누가 어떻게 정하는지 알 수가 없다. 경매를 통해 좋은 품목 몇 개만 최고가격이 형성되고 나머지는 다 떨어뜨려 하향평준화된다. 시장도매인처럼 농민이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전국사과생산자협회가 주력하는 일은 무엇인가.

농민들이 효율적으로 고소득을 내면서 농사지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교육은 농가마다 고유한 특성을 개발하는 것을 막고 있다.

또한 사과를 생산하는 모든 나라들이 사과 꼭지를 절단하지 않고 유통한다. 사과 꼭지를 절단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꼭지 절단비용으로 연간 600억 이상이 들어간다. 농산물 유통 과정에 상인이 개입해 굵은 사과를 만들라거나 꼭지를 자르도록 농민에게 요구한다. 중간에 흠집이 난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상인 중심이 아닌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유통구조로 가야 한다.

 

우리나라 농업정책,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농사짓고 수급조절이 잘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데이터구축이 가장 중요하다. 사과가 매년 얼마나 생산되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통계청·aT·농식품부에서 내는 통계도 다 다르다. 수급조절을 농민들에게 맡기기 전에 먼저 정부에서 정확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어 품목별 생산면적에 대한 확실한 통계를 내야 한다. 그래야만 알맞은 정책이 수립되고 수급조절이 명확해질 수 있다. 조금 비싸면 수입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통계에 근거한 계획적인 농사를 짓게 해서 사과를 얼마나 생산해야 자급자족이 가능한지, 어느 정도까지 가격지지가 이뤄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책화돼야 한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맘 놓고 농사짓고 싶다. 농산물 가격등락 폭이 너무 심하다. 비싼 것도 필요없다. 도시 근로자들처럼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싶다. 벼락부자 되는 것 원치 않는다. 현재 농업인구가 220만인데 그마저도 다 고령화됐다. 농민에게 안정적 수입을 보장해주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먹고 살만큼의 일정한 수입이 보장돼야 청년들도 농촌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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