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은 농민과 한 합의 지켜라

  • 입력 2021.11.21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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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농민들과 5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19년 12월 23일 도민 7,500명의 청구인 서명을 받아 ‘제주특별자치도 농민수당 지원에 관한 조례(안)’ 주민발의를 위한 청구인 명부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제출했다. 이 주민발의안은 지난해 6월 제주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일부 수정해 통과됐다. 이어 민·관으로 구성된 제주농민수당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가 위원장을 맡았다. 심의위원회는 지난 9월 23일 ‘2022년 농민수당 지원계획(안)’을 심의해 1인당 40만원의 농민수당 지급을 의결했다. 이로써 제주도는 전국 최초로 농가가 아닌 농민 개개인에게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모범사례를 남겼다. 전국의 대다수의 지자체에서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농민수당 지급 단위가 전부 농가인 상황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농민수당심의위원회에서 1인당 40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농민수당을 20만원으로 삭감한 뒤 제주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인당 40만원 농민수당 지원계획은 정무부지사가 위원장인 농민수당심의위원회에서 제주도가 제출한 안을 토대로 의결한 것이다. 당연히 도정에서 예산에 대한 논의와 협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시점에 돌연 예산부서의 반대를 핑계로 내세우며 농민들과 합의한 예산을 반토막 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농민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제주도 농정당국의 해명처럼 예산부서가 전체 예산 심의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농민수당 예산을 삭감했다면 농민수당 지급안을 만든 관계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농민수당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무부지사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농민수당 지급안’이 심의위원회에 상정되기 전에 안건에 대한 보고와 설명을 들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당연히 예산편성 가능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심의위 의결까지 마친 농민수당 지급액이 이제와서 예산이 부족해 절반을 삭감한다면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심의위는 왜 설치하고 의결했는가.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 농민수당 예산 삭감 문제는 제주도정과 농민들의 불신만 높이게 됐다. 농민수당심의위원으로 참석했던 농민단체 대표들은 도정에서 제시한 40만원 보다 더 많은 액수를 요구할 예정이었으나 제주도정의 예산사정을 고려해 도정의 안을 흔쾌히 수용했다고 한다. 민·관 협치를 위해 농민들의 요구를 접은 것이다. 반면 제주도정이 농민들과 합의한 내용을 일방적으로 번복한다면 앞으로 민·관 협치가 지속될 수 있겠는가. 제주도정과 농민 간의 신뢰를 복원하고 민·관 협치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농민수당 예산을 합의한 대로 복원시켜야 한다.

아직 예산안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제주도의회의 심의가 남아 있다. 도의회 심의과정에서 삭감된 예산을 다시 복원시킬 수 있도록 제주도 농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특히 고영권 정무부지사는 농민수당 40만원 예산 확보에 직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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