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농식품부, 법이 정한 '쌀 시장격리' 멋대로 어겨

김현수 장관, 쌀 실생산량 발표까지 시장격리 미뤘으나

통계청 쌀생산량 발표되자 또 ‘지켜본다’ 말바꿔

15일 '쌀값하락 방치 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 열려

  • 입력 2021.11.15 15:21
  • 수정 2021.11.15 21:2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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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의 농민 대상 말바꾸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쌀 시장격리’ 제도는 생산량 등 발동조건이 갖춰져 지난 10월 15일 발표됐어야 하나 농림축산식품부가 ‘실제 쌀 생산량’ 발표까지 미룬 바 있다. 정작 통계청이 실제 쌀 생산량을 15일 발표한 결과 지난해 보다 10% 이상 증산된 것이 확인됐는데도 여전히 ‘좀 더 지켜보자’며 시장격리 발표를 또 미루는 등 불신을 자초하고 있어 전국 농민들이 규탄에 나섰다.

오는 17일 서울서 열리는 전국농민총궐기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을 차량 행진하던 농민들이 차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으로 돌려 긴급농민대회를 열며 기획재정부(장관 홍남기)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를 규탄했다.

이날 열린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쌀값하락을 방치하는 정부의 행태를 규탄하기 위해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쌀생산자협회가 공동주최했다.

정홍균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열린 긴급농민대회는 오는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농민총궐기를 위해 행진 중인 트랙터와 차량도 합세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비롯해 이갑성 광주전남연맹 의장, 정효진 충남도연맹 의장, 한제희 충북도연맹 의장을 비롯해 전국쌀생산자협회 도본부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흥식 전농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적폐농정을 갈아엎자고 지난 8일부터 농민들이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차량행진을 하고 있는데, 정부 규탄 긴급집회를 오늘 또 하게 됐다”면서 “문재인정부가 공익직불제를 시행하면서 쌀값안정장치인 목표가격제도와 변동직불제를 모두 폐기하고, 그 대안으로 시장격리제 도입을 말했다. 그러나 수확기를 앞둔 9월부터 현재까지 시장격리 발동조건이 분명한데도 미적거리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오늘 기재부 앞에서 집회를 여는 이유는 기재부 장관 눈치 보고 저 살 궁리만 하는 농림부 장관에게 아무리 얘기해봤자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박 의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여기 나와서 얘기해 달라. 물가를 잡는다고 말하면서 물가는 못잡고 왜 농민만 잡는지, 농민들은 죽어도 된다는 말인지, 분명히 말해달라. 문재인 대통령도 답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이 농민 팔아먹고, 기재부 장관이 국민 우롱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왜 CPTPP 가입을 말하고 있는지. 이 정부는 기어코 농민 목숨줄을 틀어막으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지역의 어려운 상황도 규탄대회를 쩌렁쩌렁 울렸다.

이갑성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은 “우리 농민들이 너무 순진한 것 같다”면서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법을 안지키면 구속이 답이다. 하물며 공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법을 안지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러나라 할 것이 아니라 ‘파면’이 맞다. 법 안지키는 홍남기 파면, 김현수 파면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하게 발언했다.

정효진 전농 충남도연맹 의장 역시 “2020년 그 어려운 장마철에도 농사를 지으며 버텨온 농민들이 코로나와 기후재난 피해를 또 겪었다. 농사지을 농지도 공직자·정치인들의 돈놀이에 남아나지 않고 있다. 농촌에 농민들이 사라지는 이유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식량문제를 수입농산물에 맡기다간 더 큰 위험과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농업과 농촌, 농민을 살리는 정책 똑바로 하라”고 강조했다.  

김도경 쌀생산자협회 충북본부장은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어기고 있다”면서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쌀수급정책을 미루는 동안 현장에선 쌀값은 오르는데 벼값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농민은 죽고 상인은 사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약속대로 벼를 시장격리 할 수 있도록 입장을 분명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김규태 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은 “농사지은 지 30년이 넘는데 가면갈수록 여건이 힘들어진다. 기후재난 속에서도 열심히 농사지은 농민들인데, 정부가 격려는 못할망정 짓밟고 죽어라죽어라 한다. 이런 정부를 맡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그만 물러났으면 한다. 내년 대선에선 농민 목소리, 국민 먹거리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명기 쌀생산자협회 전남본부장은 가장 먼 장흥에서 이곳 긴급 기자회견장까지 한달음에 달렸다. 김 본부장은 “문재인정부 임기가 하루 빨리 끝나야 농민들이 마음의 울분이라도 덜할 것 같다. 후보시절엔 농업‧농촌 발전을 약속하더니 임기 중에 농업의 농자도 말하지 않고, 무능력만 확인시켰을 뿐이다. 서울서 열리는 전국농민총궐기에서 그동안 쌓인 농민들의 불만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두환 전농 부의장은 “트랙터 행진단 서군대장으로 지난 8일 제주를 출발해 전남, 전북, 충남을 도착해 예산에서 이곳 세종시로 긴급히 트랙터를 몰고 왔다”면서 “5년 전 박근혜정부가 물러난 것은 공신력이 떨어져서다. 쌀 시장격리는 법에서 약속한 것인데, 농민들에게 계속 거짓말하고 약속을 어기면 농민들의 민심은 분노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긴급기자회견 이후 위두환 전농 부의장과 정홍균 전국쌀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청사 로비에서 박수진 식량정책국장, 김정주 식량정책과장과 면담을 했다. 하지만 박수진 국장은 “지난해보다 27만톤 쌀이 더 생산됐다”면서도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시장격리'에 대한 답은 주지 않았다.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0000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열린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쌀값하락 방치 규탄한다'고 쓴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열린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규탄한다'고 쓴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15일 열린 ‘쌀값하락 방치 문재인정부 규탄 긴급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기획재정부 앞에서 '쌀값하락 방치 규탄한다'고 쓴 손피켓을 들고 있다.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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