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농민대회 갑시다!

  • 입력 2021.11.14 18:00
  • 기자명 김효진(전북 순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효진(전북 순창)
김효진(전북 순창)

곧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는 걸 보면, 촛불 함성으로 물결쳤던 광화문의 풍경도 벌써 5년 전 일이 되어버렸다. 수렴청정의 뒷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줄 어찌 알겠으며, 국가 경영을 제 집 살림 주무르듯 온갖 부정축재의 마당으로 만들어 놓은 줄 상상이나 했을까. 주권재민의 나라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현장을 맥없이 지켜봤던 당시처럼, 그야말로 또 한 번의 ‘집단 멘붕’에 빠져 한참을 헤어나오지 못했다.

5년이 지난 오늘, 적폐청산의 국민적 열망을 한 몸에 받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평가는 후하지 못한 듯하다. 남북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나 코로나로 인한 세계적 불황 속에서 선방한 경제성과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은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까지 와 버렸다.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본 바, 과반수 이상의 국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의 기득권을 해체하라는 준엄한 국민의 요구에 문재인 행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원인이야 그것이 철학(문제해법)의 문제이든 공고한 기득권의 저항을 뚫지 못한 실력의 문제이든, 결과는 국민들 어깨에 놓인 고통을 덜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촛불 민심을 배반한 결과는 참혹하다. 왜곡된 여론은 적폐 정치검찰의 수장을 대통령 후보까지 올려놓아 대선공간을 희극의 무대이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전봉준투쟁단을 이끌며 촛불항쟁에 동참했던 농민들의 심정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농업 적폐 청산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아 “역시나”였다.

몇 달 전 국회에 통과된 농지법 개정안은 경자유전의 원칙도 충분히 확립하지 못한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LH사태에서 나타났던 비농민의 농지소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투기목적의 소유와 이용실태를 확인하는 실태 전수조사를 한정된 농지에서만 하겠다 하여 빈축을 사고 있다.

농촌현장에서 과잉생산으로 농작물을 갈아엎는 모습은 이제 연례행사가 되었다. 생산량이 늘면 가격폭락, 적으면 수입산이 범람하는 현실에서 농민은 씨 뿌리고 거두는 날까지 가슴을 졸이며 산다. 전국 60여개 이상의 지자체에서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을 위한 조례를 실시하고 있지만 기금 부족 등 어려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보장과 수급조절을 위한 중앙정부의 대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는 어떠한가. 기후위기 시대의 식량안보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으로 우리 앞에 놓여있다. ‘2050 탄소중립 선언’ 못지않게 중요하고 긴박한 과제이다. 재배면적과 자급률 목표치를 구체적 이정표에 담아 서둘러 추진해도 아쉬울 판국에 농지는 여전히 전용되어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농정이랄 것도 없이, 하나같이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오는 17일에 전국에서 농민들이 서울로 모인다고 한다.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작년 올해 제대로 집회를 열지 못한 탓에 참가자가 얼마나 모일지 모르겠다. 대선이 가까이 다가와 정치의 계절이라지만 농업의 위기를 입에 담는 정치인은 없다. 수많은 국가 정책이 앞다퉈 표면으로 떠올라 정치 의제가 되는 이 시기에 유독 우리의 이야기는 방송과 언론에서 찾기 어렵다. 소수자 농민들에게는 정치의 계절이 아니라 망각의 계절이자, 정치축제의 장이 아니라 고립과 소외를 맛보는 남의 잔치일 뿐이다.

이대로는 못 살겠다. 농정을 뒤집자. 순창군여성농민회에서 건 현수막 문구다. 시절이 언제인데 아직도 이대로는 못 살겠다니. 우리의 구호가 후진 만큼 우리의 현실 또한 후지다 못해 구차하고 애처로운 탓일 게다.

남의 잔치에 기웃거리지 않으려면, 구차한 현실을 발버둥이라도 치며 벗어나자면 어찌할 것인가. 적어도 같은 처지의 우리만이라도 마주하자. 도리 없이 그것부터 시작하는 수밖에.

그래서, 농민대회 갑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