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기후위기에 대한 잔잔한 고민

  • 입력 2021.11.07 18:00
  • 수정 2021.11.09 16:23
  • 기자명 김승애(전남 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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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애(전남 담양)
김승애(전남 담양)

불량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농사의 거룩한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이고 자본의 논리에 따라 효율을 먼저 따지는 농사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국가적으로 농업에 대해서만큼 특별한 정의와 정책을 가지지 않는 한 자본의 논리로 지어지는 농사는 답이 없을 것 같다.

로컬푸드라는 좋은 의미의 정책이 있으나 현실에서는 어려움이 많아 보인다. 먹고 싶은 것은 많고 팔고 싶은 것은 다양하나 각 지역에서 생산하는 종류는 적다보니 웬만하면 타지역에서 공수해오기도 한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지역농산물보다 공수해오는 양이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로컬푸드라는 좋은 취지의 정책이 잘 되려면 그 지역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재배돼야 할 텐데 현실은 어떠한가! 어떤 지역은 지역특산물을 육성하는 정책으로 단일품목에 대해 집중해서 지원하기도 한다. 단일품목을 전문화하는 것은 효율면에서는 좋다. 연구도 집중하고, 농사비법도 축적되고 판로도 좋고 브랜드화하기도 좋다. 그런데 이런 농정과 로컬푸드 정책은 상충되는 면이 있고, 또한 전 지구적인 문제인 탄소중립과도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

가까운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의 경우 이동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도 적을 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보니 온갖 먹거리가 고속도로를 달려 식탁에 놓여진다. 도시의 경우는 농업지역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농촌지역마저 그런 것은 고민해볼 만하지 않은가 싶다. 더구나 수입농산물은 60%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고 있으니 운반과정에서의 탄소배출은 얼마나 많은가! 농산물의 수입을 감축하고 국내 농업을 성장시키는 것만으로도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친환경농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떤 통계에서 보니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단위면적당 화학비료 사용량이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래서 2050년쯤 되면 토양이 건강하지 못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황폐한 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행작목 단일품목의 효율화는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에도 취약하다는 것은 농사짓는 사람은 다 느끼고 있다. 이런 점에서도 약간의 방향 선회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특히 유기농업의 확대가 필요하다. 보통의 산업들은 탄소를 발생시키는 산업이라 아무리 노력해도 탄소를 덜 발생시키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하지만 유기농업은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를 저감시키는 역할을 한다. 국제기후변화협의회는 “유기농 토양이 온실가스를 40% 감축한다”고 하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유기농업의 환경보전 가치는 1년에 1조1,307억원”이라고 한다. 생산자도 소비자도 유기농업의 가치가 건강한 먹거리의 의미만이 아니라 지구의 기후변화 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고 실천하고, 정부에서도 유기농업을 하는 농가와 유기농 소비를 하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유기농업 인증마크처럼 탄소저감 인증마크를 부여하고 탄소포인트제도를 농업에도 확대하면 좋겠다.

그리고 토종종자의 보급을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 토종은 다양한 맛의 제공은 물론이고, 병해충에도 강한 편이라고 한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원들이 전국 곳곳에서 토종종자를 보호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는 땅도 살리고 고유의 맛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러한 토종종자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되니 탄소중립 정책에도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로컬푸드에 가면 천편일률적인 먹거리가 아니라 토종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가 즐비하고, 탄소발자국이 적은 국내산 지역농산물과 탄소를 저감시킨 농산물인 유기농산물로 채워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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