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농가 수익력 증대, 여성농민의 공동 경영으로

  • 입력 2021.11.01 00:00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10월에 30도를 넘고 며칠 사이에 남도까지 첫서리가 내리는 등의 널뛰는 날씨 때문에 농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얼추 수확이 마무리되는 즈음입니다. 수확 시기에 농민의 시간은 분 단위로 나눠 써도 모자라고 또 모자랍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던 전쟁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생각 저 생각 상념에 빠집니다.

일전에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 행사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고, 여러 행사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있었으니, 오전에 있었던 국제 청년여성농업 정책토론회였습니다. 마늘 심을 준비를 하려고 창고에서 마늘쪽 분리 작업을 하며 온라인으로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일본 농업수산성 경영국 취농여성과 여성활약추진실에서 준비한 ‘일본의 여성농업인을 둘러싼 환경’의 자료 중에 여성이 농업경영에 관여하는 경우에 수익력이 126.6% 증대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55.2%에 불과하다는 내용(주식회사 일본정책금융보고 2016년 농업시황조사)을 들었던 것입니다. 놀랍게도 무려 71.4%p의 차이가 난답니다.

농민단체 활동 과정에서 일본의 농민단체와 연대하면서 농민활동가로부터 자국의 농업 상황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들도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혹 농업 연구자나 관료 중에 눈여겨볼 만한 농업 철학을 가지고 대안적인 실천을 하는 사례에 대해서도 전해 들었습니다. 그러니 저런 조사결과도 있는 것일까요?

암만요,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죽하면 사료회사에서, 여성농민이 농장관리를 하는 경우에는 외상약정을 높게 책정해준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것이 수치화되어서 객관자료로 있지 않으면, 울림이 없는 한탄에 불과할 뿐 울림을 주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지향해야 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객관 연구자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현재 여성농민에 관한 가장 기초적인 조사 자료는, 농가당 여성농민의 농사일 비중이 어느 정도 인지가 단위별로 조사된 것이 많습니다. 당연하게도 절반을 넘는다고 하지요? 그 통계조사 자료가 제일 중요하게, 또 많이 쓰입니다. 하긴 이것만큼 중요한 자료가 어디겠습니까? 워낙에 여성 농업정책이 부족한 조건에서, 보아라! 여성농민이 이렇게나 농사일을 많이 한다, 여기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라는 것이지요. 옳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다 질적인 측면의 접근을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여성농민이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수익차이가 나는가? 하는 부분만큼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요소가 어딨겠습니까? 여성농민의 현황분석 중 최적의 질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가뜩이나 농업인력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인데 지름길은 두고 샛길로 가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할 테니까요.

그런 자료가 있어야 여성농민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 수 있을 것이고, 여성농민의 농업참여를 위한 유도정책도 펼칠 것이겠지요. 특히 젊은 여성농민에게 치명적인, 가부장적인 농촌문화도 바꿔내려고 할 것이고, 여성농민에게 직접적인 소득이 연결되기 위한 정책도 고민하게 될 것이고, 생활 편의시설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지요. 정말이지 지금의 조건으로는 모든 농민이 농사짓고 살아가기가 힘들지만, 젊은 여성농민이 생겨나기는 참말로 어려운 상황이지요. 어쩌다 귀농을 하더라도 여성농민이 농업에 종사하는 경우는 보기 드뭅니다. 새삼스럽게 말해 무엇하겠냐만, 그래도 방법을 찾고 또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에 대한 해답이 없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겠지요.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