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퇴비가 남아도는 시대

  • 입력 2021.11.01 00:00
  • 기자명 이한보름(경북 포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보름(경북 포항)
이한보름(경북 포항)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축산업은 중요한 노동력 제공의 수단이었다. 소는 농업에 있어 필수적인 가축으로 가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었다. 산업화 시대로 넘어가면서 역우의 역할은 트랙터가 대체를 하게 되었고 소의 역할은 온전히 양질의 단백질원을 제공하는 식용가축으로 바뀌었다. 소득수준 증가는 고기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를 가져왔고, 사육되는 가축의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발생하는 분뇨의 양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농경지가 증가하면서 퇴비의 수요도 크게 증가하였고, 가축의 분뇨는 축산업의 부 수익원이자 경종농가를 위한 양질의 유기질 비료 공급원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게 되었다.

하지만 고속성장은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왔고, 농경지의 면적은 감소로 돌아서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작지 면적은 2010년 171만ha에서 2020년 156만ha로 감소하였고 그 결과 가축분뇨에 대한 수요 역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축산농가의 규모화로 돼지는 2010년 998만두에서 1,100만두로 10% 증가하였고, 한우 역시 2014년 295만두에서 2020년 12월 기준 340만두로 증가하였다. 이는 가축분뇨 발생의 지속적인 증가를 동반하게 된다. 2012년부터 분뇨의 전량 육상처리가 시행되면서 축산업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고, 경작지의 부영양화, 살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대한 민원과 온실가스 이슈 등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게 되고 그에 따른 각종 규제 역시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의 농축산업 구조를 가진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역시 농업인구의 노령화로 인해 경작지가 감소하고 있고, 축산농가의 규모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분뇨 처리에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환경문제와 온실가스 배출 이슈로 인해 축산농가의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 90년대부터 마을 근교에 위치했던 농장들이 각종 민원에 의해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지역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호당 경지면적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음에도 불구하고 한계농지의 확장으로 인한 퇴액비 살포지 확보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2019년 방문했던 일본의 한 대규모 육계 회사의 경우 농업지역에 위치했음에도 불구하고 계분 처리의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많은 비용을 투자해 계분을 이용한 열병합 발전소를 구축하여 축분을 처리하고 있었다.

축산을 이야기할 때 늘 따라다니는 말은 경축순환농업이다. 경종농업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가축의 축분을 퇴비화하여 경종작물에 시비하는 인간과 가축, 환경 모두에게 유익한 이상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재 상황은 그런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축산업이 양질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산업에서 악취를 발생시키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주요 온실가스 배출산업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요 대비 과잉공급으로 전환되고 있는 분뇨의 생산량을 적정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향후 산업 자체의 지속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제는 전통적인 분뇨 처리방식인 퇴비 및 액비화를 넘어 에너지화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발생된 분뇨를 자원화함으로써 축분의 물리적인 양을 줄여 농경지의 부하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에너지화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함으로써 환경에 꼭 필요한 산업으로서의 축산업으로 인식의 대전환을 이루어 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