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누구십니까? … 나요? 아무개입니다.”
“아니에요, 잘못 걸었어요”
2017년 10월 어느 날, 평양에서 마켓 취재를 하고 있는데 휴대폰(그들 말로는 손전화)으로 통화하며 장을 보던 사람이 잘못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지 당황해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 북녘 방문 취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손전화를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음식점이나 백화점에서는 물론이고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도 자유롭게 휴대폰으로 통화하고, 길거리에서도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손전화로 사진을 찍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대한민국이나 미국 등 어느 나라에서처럼 흔히 볼 수 있었다.
소학교(초등학교) 학생이 손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보지 못했지만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 고급중학교(고등학교) 학생들부터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들이 손전화를 들고 다닌다.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폰은 거의 스마트폰이다.
평양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는 태블릿 피시로 음식 주문을 받는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모란봉면회자숙소’ 1층 식당에서는 봉사원이 태블릿 피시를 들고 손가락으로 넘기며 메뉴 하나하나를 보여주며 설명을 하고 주문을 받았다. 이러한 주문 방식은 아직도 미국이나 대한민국에서도 흔치 않은 모습이라 낯설기도 하고 놀랍고도 새로운 장면이다.
북녘 취재 중 또 놀란 것이 인터넷 환경이다. ‘평양국제비행장’(개건 이전의 순항비행장)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해 인터넷을 이용할 수가 있다. 국제공항이라서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묵는 ‘평양호텔’에서도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어서 내가 원하는 자료를 바로바로 검색해서 찾아내고, 미국의 가족이나 남녘의 회사 사람들과 아무 때라도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언젠가 일 때문에 급하게 서울로 이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는다. 상대방이 이메일을 받고도 평양에서 보낸 메일이 맞는지, 혹시 다른 곳에서 감시를 당하는 건 아닌지, 평양으로 이메일을 보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나중에라도 크나큰 곤욕을 치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의심을 해서 답장을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당장, 빨리 보내라”며 여러 번 재촉하자 그때서야 ‘평양하고도 실시간으로 소통이 되는구나’를 느끼며 이메일을 보내왔다. 우리는 그만큼 서로에 대해 모르고 지내는 것이다.
남과 북이 만나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합의를 해서 구체적으로 실행을 하면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우리는 서로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다. 먼저 서로의 좋은 모습을 보면서 자주 만나면 길이 열릴 것이다. 그래서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