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농형태양광’ 바라보는 시각차 여전, 농특위 토론회서 드러나

농특위, 충남서 제1차 ‘농어업·농어촌 탄소중립 현장토론회’ 개최

농민들, 임차농 현실 강조하며 “농가소득 안정 핑계 대지 말라”

농업·농촌·농민 주도로 탄소중립 방향 설정해야 한다는 것엔 합의

  • 입력 2021.10.26 18:20
  • 수정 2021.10.26 22:33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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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달 22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주최로 ‘농어업·농어촌 탄소중립 현장토론회’가 열렸다. 중계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주최로 ‘농어업·농어촌 탄소중립 현장토론회’가 열렸다. 중계 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 주최로 열린 ‘농어업·농어촌 탄소중립 현장토론회’는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농민,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가 여전하다는 사실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충남 영농형태양광 발전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충남에서 치러진 이날 현장토론회는 향후 경남과 제주, 전남·충북 등을 순회하며 이어질 예정이나 토론에 참여한 농민들은 토론회 주제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에너지 소비지 중심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탄소중립 만큼 식량주권 확립도 중요하다는 점 △농가소득 안정을 내세우고 있지만 영농형태양광은 여전히 임차농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를 껴안고 있다는 점 등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감창한 (사)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사무총장과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영농형태양광 발전 실증 사례에 대해 설명한 김창한 사무총장은 “농지는 농민이 거의 다 가지고 있으니 600평 정도만 활용하면 100kw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100kw만 해도 1년에 조수익 2,200만원에서 2,400만원 가량을 얻어갈 수 있는데 대출 원금이랑 이자, 사후관리비 전부 제해도 한 달에 70~80만원, 1년에 1,000만원은 나온다”라며 “농민들이 얘기하는 농산물 가격 보장은 아마 농민이 대통령이 돼도 못할 거다. 지금 100kw 영농형태양광 설치하는데 1억8,000만원 정도 소요되는데 정부에서 금융적인 부분만 해결해주면 농가소득 보전은 문제 없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영농형태양광의 3대 원칙 △농지보전 △농민 중심 △영농 지속 등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오열 집행위원장은 “현재 곡물자급률이 2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기후위기 외에도 식량위기, 농업위기 등 사회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위한 국정과제로 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농업계에서는 그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체 농민의 50%를 넘는 임차농 문제와 태양광 발전 소득 지속가능 여부, 농어촌 경관 훼손 문제, 영농형태양광 사업 시 농산물 생산량 감소나 품질 저하, 출하시기 지연 등의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라며 ‘마을공동체 태양광’을 통한 지역사회 에너지 자립 및 주민 주도 기본소득형 재생에너지 실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종합토론에는 배형택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정책위원장, 황선덕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 회장, 남재작 농특위 탄중위 위원과 안장헌 충청남도의회 기획경제위원장, 박기남 충남에너지전환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가장 먼저 배형택 정책위원장은 “영농형태양광 도입을 전제로 토론회가 전개되는 것에 답답한 심정을 느낀다. 민간에게 태양광 사업을 맡길 경우 대책 없이 농지가 잠식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사회 전체가 에너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만큼 에너지 생산에 대한 책임과 부담도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라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관여해 질서를 잡아야 하고 결과론적으론 공영화해야 한다. 농가소득 보전 차원에서 영농형태양광이 의미있단 얘기들을 하는데 태양광 문제는 농가소득 보전 차원에서 논의할 것도 아니고 농민들만의 문제도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덧붙여 배 정책위원장은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전체 전기사용량 269억kw 중 제조업 분야에서 80%에 가까운 216억kW를 사용하고 농업이 소비하는 전기는 전체의 3% 수준인 10억kw밖에 되지 않는데 제조업 분야에서 일단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따지고 싶고, 전기 사용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전제됐나 묻고 싶다. 이러한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 단지 현재의 전기 사용량을 충당하기 위해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는 접근은 말도 안 된다”라면서 “농가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방도는 다양하고 오히려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함으로 인해 기후위기 시대에 식량위기까지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 영농형태양광이 아닌 다른 농가소득 보전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게 맞다. 농촌에 태양광 발전이 정 필요하다면 에너지 발전이 현장 주민들의 소득으로 귀속될 수 있게 마을 자립형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또 황선덕 예산군청년농업인협의회 회장은 “농민들 입장에서는 영농형태양광이 과연 농민을 위한 정책인지, 농지 소유자를 위한 정책인지 그것도 아니면 태양광 업자를 위한 정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바이오매스 등을 탄소중립에 많이 활용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굳이 태양광에 국한해서 그것도 영농형태양광에만 치우쳐 논의를 진행하는지 모르겠다”라며 “농업계 내에서도 탄소 발생이 가장 많은 질소질 비료 과대사용을 줄이는 플라즈마 농법 등 중장기적이고 과학적인 대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논의 없이 영농형태양광 하면 1년에 얼마 번다 하는 식으로 얘기를 하니 자꾸 분쟁이 생기고 태양광 설치해야 한다는 논리와 농촌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충돌되는 것 같다. 영농형태양광이 꼭 필요하다면 차라리 국가가 농지은행이란 기관을 통해 농지은행이 매입한 농지 일부분을 활용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방역 지침 준수 등의 이유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유튜브 농특위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시청자들은 임차농 문제 해결 필요성에 공감하며 영농형태양광 설치를 위한 농민들의 자금 조달 문제, 영농형태양광의 ‘영농 지속’이 형식으로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 패널 수명 문제와 폐기비용 등을 지적했다.

토론회를 갈무리하며 안인숙 농특위 사무국장은 “여러 우려가 있지만 중앙 차원에서 도달할 목표만을 제시했을 뿐 어떤 방식으로 갈 것인지는 아직 열려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전환의 구체적 시나리오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를 개발하는데 초점을 두고 민간의 열린 토론을 통해 제안된 내용을 취합해 대통령직속 자문기구로서 농특위가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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