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특위,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위해 현장에 귀 열다

  • 입력 2021.10.24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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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심층간담회를 진행한다.

농특위가 발표한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에는 △경매제도 개선 △도매시장법인 독과점 개선 △출하자의 선택권 확대 등이 있다. 농특위는 “출하자 농민들의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도매시장 문제들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있지만 각자 진영논리에 갇혀 자기 주장에서 한발짝도 더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농산물유통이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농민과 유통종사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를 추진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산물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데 목적이 있지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결정해 놓고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농특위는 지금까지 명확한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현장의 의견을 참고한 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예상대로 시장도매인 도입 관련 의제가 간담회마다 가장 중요하게 대두됐다. 각 주체·사람마다 첨예하게 의견이 갈렸고, 간담회는 그 입장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된다.

농특위는 계속해서 제주지역 도매시장 감귤 출하조합, 가락시장 품목별출하자협의회 등을 만나 간담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간담회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고 현장에 귀를 연 농특위가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를 위해 어떤 안을 갖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시장도매인에 주어진 과제

지난 15일 농특위는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의 심층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농특위는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과의 심층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5일 열린 간담회에서는 시장도매인제가 생산자·소비자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도매시장 공공성 강화’라는 목적에 가까워지기 위한 시장도매인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임성찬 시장도매인연합회장은 “시장도매인제는 농민에겐 안정적인 가격으로 소득을 보전하고 소비자에겐 신선하고 저렴하게 농산물을 보급한다. 2004년 개장 후 300% 이상의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농민과 소비자가 시장도매인 거래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시장도매인을 도입해 전국도매시장이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완상 청수농산(주) 대표는 “시장도매인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위탁해 시세를 보존하고,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 등락폭을 없앨 수 있다. 공영도매시장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데 시장도매인을 도입해 시장원리에 맞게 도매시장 내 경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중각 매일청과 대표이사는 “처음 강서시장에 투입된 예산은 법인과 시장도매인이 각각 8:2, 시설규모는 7:3이었는데 시장도매인이 수집과 분산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 매출역전이 일어났다”라며 “(시장 내에) 하나의 제도만 영입한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두 개의 제도가 공존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또한 “출하자 입장에서도 출하선택권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굉장한 장점이다. 시대적 변화에 따라 도매시장에도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이 새롭게 기능을 정비해야 할 때인데 시장도매인이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시장도매인을 도입해서 경매제 독과점 시장에 경쟁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장도매인은 경매제에 비해 유통단계가 적고 가격변동성이 낮으며 수급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시장도매인 측에 따르면 90% 이상이 산지에서 가격형성이 돼 있고, 농민들이 가격을 정하면 그것에 준해서 소비자가격이 책정된다. 출하대금 정산 및 결제는 시장도매인정산조합을 통해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 이면에 소농이 출하하기 어렵고 수입농산물의 비율이 높다는 약점도 거론됐다. 정현찬 위원장은 “장점이 있다면 단점도 있을 수 있다. 수입산에 밀려 우리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시장도매인이 커지면 우리 농산물의 설 자리가 없어질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데 소농들의 물건을 어떻게 팔 것인가, 수입농산물을 어떻게 줄여나갈 것인가 고민하고 시장도매인제의 단점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임완상 대표이사는 “대농이 소농 물량을 매수해서 팔고 있다. 정산조합을 통해 정산이 한꺼번에 이뤄지기 때문에 대농이 정산받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렇지 않다. 또한 소비자 요구에 따라 수입산 과일을 아예 안 팔 수는 없지만 수입물량을 줄이고 국내 농산물 확대해서 팔겠다는 의지가 있고, 실제로 수입품 매출도 많이 줄어들었다”고 응수했다.

노계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강서지사장은 “현재 유통구조는 소농 보호가 힘들다. 소농을 보호하기 위해선 공익형시장도매인, 공공출자도매시장법인, 공공출자시장도매인 등을 만들어 도매시장 내 다양한 유통주체를 경쟁시켜야하고, 지방도매시장은 소농 직거래 직판장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시장은 변화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경매제 하나로 거래가 이뤄진다. 가락시장은 가격으로 장난치던 20년 전과 똑같다. 시장도매인제도 한계가 있지만 20년 전에 (시장도매인이) 도입됐더라면 지금쯤 유통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을 것이다”라면서 “수입농산물로 농민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시장도매인도 농산물 최저가격제를 시행하고, 수입농산물에 대해 원래 법으로 규정된 수수료를 붙여야 한다.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최종적으로는 자본가에 의한 경매가 폐지돼 공공성이 담보되는 형태로 유통구조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현찬 위원장은 “국가의 존재 이유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국농업을 지탱하고 있는 70% 이상의 농민이 중소농이다. 소농이 살아날 수 없다면 공영도매시장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이제까지 대농을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앞으로 대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비상장품목 중도매인 “비상장품목 늘려야”

지난 20일 가락시장 비상장품목 중도매인들이 농특위가 추진한 간담회에 참여했다.
지난 20일 가락시장 비상장품목 중도매인들이 농특위가 추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상장 거래제도는 도매법인을 거치지 않고 중도매인과 출하자가 직접 거래하는 제도다. 나용원 서울시농수산물도매시장정산(주) 상무는 “초기엔 위탁비율이 높았지만 현재는 출하자와 가격결정 후 시장에 출하하는 매수거래 비율이 50% 이상 늘었고, 전반적으로 매수거래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산회사를 설립한 이후 모든 비상장 거래 내역이 확인되고 출하대금을 100% 보장하고 있다. 전체 중도매인 1,100명 중 비상장 중도매인은 350여 명에 달한다.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정산조합에 가입돼 있다.

김동석 (사)농산물중도매인직거래정산조합장은 “대금결제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정산회사가 설립됐다. 농식품부와 대판 싸워 정산회사를 만들고 난 후에는 가락동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려 했었다”라며 “농민들 피해는 말할 수 없고 마음이 아프다. 가락동에 시장도매인을 도입해 농민들이 출하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통을 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농민과의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농안법상 중도매인 허가가 취소된다. 시장도매인제나 정가수의매매 등 활로를 개척해 (농민과의 거래에) 중도매인들이 나서게 해달라. 가락동 채소 쪽은 시장도매인 도입에 찬성한다. 시장도매인을 적극 추진해달라. 농업발전을 위해 무엇이 좋은지 파악해달라”고 농특위에 요청했다.

이경우 서울농수산물도매시장정산(주) 감사는 “시장도매인이 도입되면 좋겠지만 안된다면 비상장품목을 확대해야 한다. 정산회사를 통해 거래 안전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품목을 확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시장도매인이 들어오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지속성 있게 납품할 수 있다. 또 산지와 교섭해 가격 등락폭을 줄일 수 있고 중간 단계가 빠져 시간이 절약되며 중도매인 중간마진도 사라진다”라고 목소리를 더했다.

이신우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비상장 거래물량 제한으로 전체 품목의 10%만 취급할 수 있다. 이마저도 경매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비상장품목이 확대된다고 경매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비상장품목 중에서 경매가 다시 60~70% 가져간 품목이 많다. 법인이 서비스해서 물량을 경매로 끌어가는 것인데 이런 수집경쟁이 있어야 농민들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시장 개설자인 지방자치단체가 시장 운영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사무총장은 “시장 개설자가 시장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업무규정에 대한 모든 개정권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에 있다. 법에 시장도매인이 있는데 운영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설자가 개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농특위에서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공영시장도매인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렸다. 이신우 사무총장은 “농안법에 시장도매인은 중도매인에 팔 수 없다고 돼 있는데 그 부분이 개정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고, 이경우 감사는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유통인이 주도하는 시장도매인을 동시에 도입해야 시행착오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우 사무총장은 “비상장품목 가지 수는 130개인데 양으로 따지면 10%밖에 안된다. 90%는 경매로 간다. 비상장품목이나 시장도매인을 늘리면 경매가 붕괴된다고 우려하지만, 산지작업이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도매인은 여전히 경매에 의존해 도매법인을 통해 출하되는 물건을 판매한다. 경매제는 절대 붕괴될 일이 없고, (시장도매인이) 좋은 물건을 구색 맞춰서 가져오면 오히려 높은 값의 기준가격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매법인, 기존 제도 개선이 중요

지난 20일 농특위는 오전에 가락시장 비상장품목 중도매인을 만난 후 같은 날 오후에 도매시장법인 대표들을 만났다.
지난 20일 농특위는 오전에 가락시장 비상장품목 중도매인을 만난 후 같은 날 오후에 도매시장법인 대표들을 만났다.

 

지난 20일 도매시장법인과의 간담회 자리에는 가락시장의 6개 도매법인 대표들이 한 명씩 참석했고, 비상장품목 중도매인들과는 확연한 입장차를 보였다.

도매법인의 전체적인 의견은 새로운 제도를 논의하기보다는 기존의 제도인 경매제를 보완·개선하는 것으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호 동아청과(주) 대표는 “법인은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출하자가 농산물을 가지고 가락동에 오면 하역노조가 하역한다. 도매법인을 통한 경매로 가격이 결정되면 중도매인이 분산한다. 이 전체 구조에서 무엇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제도 문제로 논의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상용 대아청과(주) 상무이사는 “‘공공성 강화’라고 해서 법인들 돈 많이 버니까 사회로 환원하라고 하는데 이건 ‘사회공헌활동’이다. 농특위에서 거론돼야 할 공공성 방안은 공익기능방안이 돼야 한다. 법인이 부여받은 기능을 온전히 수행하면서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진행해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도매인에 대해선 역시 강력하게 반대하는 견해를 펼쳤다. 오세복 (사)한국농수산물도매시장법인연합회 본부장은 “농안법 안에 유통주체가 많이 있는데 왜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으로 진입하려고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라며 공영시장도매인에 대해서도 “특정 지자체나 생산자단체가 도매시장 안에 들어오는 건 곤란하다. 선의의 경쟁을 위해 시장도매인을 도입하자는 것인데 시장도매인이 각 지자체가 목적하는 바에 부합한 규모가 될 수 있을까 고민도 된다. 농민을 대행하는 도매법인의 수집·분산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상인들의 자유 거래 체제를 도매시장에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원석 ㈜중앙청과 대표는 “시장도매인은 ‘특’품만 가져온다. 시장도매인이 도입되면 경매에는 ‘하’품이 나올 것이고 그러면 농산물가격이 폭락하고 가격형성은 어려워진다. 어떤 제도가 좋냐 나쁘냐 하지 말고 분산방법, 물류개선, 농산물 등급화-표준화 등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세복 본부장은 “경매는 가장 투명한 거래방식이다. 경매과정이 불투명하다거나 담합이 있다고들 하는데 경매는 실시간 녹화되고 있고, 실황중계할 의사도 있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경매 속성상 경락가격의 진폭이 높은데, 계약·예약거래를 확대하면 산지에서 가격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요구조건이 나올 것이다. 이런 정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도매법인의 수수료 이익이 과다하다는 점에 대해선 “출하자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법인이 경합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매법인은 출하운송업무나 산지 직거래를 못하고 시장에서 판매대행만 할 수 있다”라며 “도매시장법인이 다양하게 유통하고 산지조직화할 수 있게 해달라. 어렵다면 법인이 공공출자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농식품부가 시장업무를 관장하는 게 옳다. 도매법인도 농식품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이 맞다. 지자체에 맡기면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도매법인은 △수급조절 위한 창고 확충 △비가림 등 시설정비 △파레트 출하-분산 등 물류시스템 개선 등의 필요성을 농특위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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