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염전·소금장수⑦ “소금밭 농사는 너무나 힘들었어!”

  • 입력 2021.10.24 18:00
  • 기자명 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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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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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접어들자 소금가마를 짊어지고 행상을 하던 고전적인 소금장수들은 자취를 감추었다. 대신에 소금의 수급이 수협이나 농협의 유통망을 통해 이루어졌다.

-아, 아, 주민 여러분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지난번에 각 호별로 소금 신청을 받았는데, 그 때 주문한 소금을 농협에서 받아왔으니, 마을회관으로 나와서 소금들 타가세요.

“동네 스피커에서 그런 방송이 나오면 집집마다 양푼이나 포대를 가지고 나가서 소금을 배급받았지요. 1961년 이전까지는 소금이 전매품이었거든요. 웬만한 집은 두 말, 부잣집이라야 서 말 정도 신청을 했어요. 한 가마니를 신청한 집은 우리 마을엔 없었거든요.”

옛적에 경상도 안동에서 마을 이장 일을 맡아했다는 권국선 씨가 들려준 얘기다. 그는 1981년 마흔 살의 나이에 식구들을 데리고 석모도로 올라와서 어유정 염전에 염부로 취직을 했다. 물론 이때는 간수를 가마솥에 부어서 구워내는 소금생산 방식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어유정 염전도 천일염 염전으로 조성이 돼 있었다.

염부들에게 가장 힘겨운 노역은 염판 작업이었다. 내가 취재 갔던 2001년 당시엔 바닷물을 염판으로 끌어올릴 때 양수기를 이용하고 있었지만, 그 전까지만 해도 물레방아처럼 생긴 수차에 사람이 올라가서 힘겹게 밟아 돌려서 물을 끌어올렸다.

끌어들인 바닷물을 가둬 두는 곳을 난치라 하는데, 이 난치는 6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어유정 염전의 경우 처음 여섯 번째 단계의 난치에 채워진 물은 염도 1에 해당하였다. 한강물이 섞여서 여느 바닷물보다 싱거웠다. 하지만 그 때문에 소금에서 단맛이 났다.

6단계의 염판에서 일정시간 동안 증발시킨 바닷물은 이어서 5단계로 흘러들어가고, 그 다음에 4단계, 3단계 하는 식으로 옮겨진다. 약 20일이 지나서 염도가 15도에 이르게 되면 ‘결정지 염판’으로 보내진다. 난치는 바닥이 갯벌 흙 그대로인데 반해 소금이 생성되는 결정지의 바닥에는 타일이 깔려 있다. 초기에는 이 결정지도 흙바닥이어서 소금 색깔이 거무스름했는데, 타일을 깔면서부터 천일염도 하얗고 고운 빛깔을 띠게 된 것이다.

“결정지에서 소금이 만들어지면 염부들이 소금을 그러모아 대나무 광주리에 담은 다음, 그 광주리 두 개를 장대 양쪽에 걸고서 목도로 창고까지 운반하지요. 왜 대나무 광주리를 사용하느냐고요? 그야 물이 잘 빠져야 하니까요.”

결정지 하나마다 소금창고 하나씩이 딸려 있고, 창고 하나마다 여섯 명의 염부들이 배치되었다. 어유정 염전은 창고가 모두 열한 개였으니 염부들이 줄잡아 70여 명이었다.

그러나 염전에서 하는 일이 워낙 강도 높은 노동이다 보니, 멋모르고 달려들었던 인부들은 며칠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황해도 연백 염전의 경우 일제 강점기엔 아예 교도소의 죄수들을 동원해서 염부로 부렸을 정도다.

염전 일이 워낙 고된 관계로 일꾼들을 확보하기가 어렵게 되자, 어유정 염전 측에서는 염부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 몇 천 평씩 전답을 나눠 주고는 소작을 하게 했다. 가장은 염판에서 일하고, 나머지 가족들로 하여금 농사를 짓게 했던 것이다. 하지만 80년대 중반에 그토록 힘든 노동을 하고서도 염부들이 받는 급여가 월 12만원에 불과했다.

“그래서 못 견디고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어요. 월급 고것 받고 중노동에 시달리느니 차라리 인천에 가서 배를 타는 게 낫겠다고…. 이제 이 어유정 염전도 곧 사라집니다. 서남해안의 염전에 비해서 규모가 워낙 작아서 경쟁이 안 되는데다가…무엇보다 요즘처럼 근로조건 따지고 하는 세상에 누가 이 힘든 노역을 감당하려 하겠어요.”

결국 어유정 염전은 2002년에 폐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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