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피해, 대책은 없는가

  • 입력 2021.10.24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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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지역 배추 농가들이 이상기후로 날벼락을 맞았다. 김장배추 주산지인 충북 청주지역을 비롯한 인근 지역 김장배추 농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배추 농가들은 매년 바이러스·무름병과 싸우며 농사를 지어 왔다. 그런데 올해 병해는 규모와 차원이 다르다. 청주시 미원면에서는 밭 전체 배추가 삽시간에 주저앉고 말라비틀어졌다. 한두 곳도 아니고 증상이 나타난 모든 밭이 같은 모습으로, 들녘 분위기 자체가 폐농을 연상케 하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청주시가 공식 확인한 피해 면적만 120ha다. 더 걱정되는 건 피해가 계속 확산 중이라는 점이다.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배추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둘 증상이 발현되고 있다. 바이러스·무름병 등이 겹쳐 발생하고 있다. 농민들은 약제와 영양제를 살포하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소용이 없다. 바이러스는 적용약제 자체가 없어서다. 배추에 병증이 발견되면 여지없이 2~3일 만에 전파돼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통상 바이러스는 연작으로 인한 피해로 알려졌지만, 올해는 꼭 그런 것만 아니라는 것이 농민들의 이구동성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땅이 마를 겨를 없이 비가 계속 내렸고 또한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출하는커녕 쌈 배추로도 쓸 수 없는 상황이고, 산지 수집상들은 계약 파기 또는 계약금 회수를 요구하고 있다. 통상 병충해 관리를 잘 못 해서 손해를 입으면 귀책사유가 농가들에게 있기 때문에 계약 해지 요건이 되지만 올해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농민들만 피해를 전담하게 된 것이다.

김장배추의 이러한 현상은 충북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 배추 주산지인 전남 해남군에서도 역시 같은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농민들이 가슴을 졸이고 있다고 한다.

충북지역 배추재배 농민들은 지난 20일 충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농민들과 농민단체에서 수도 없이 요구해왔듯이 자연재해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이상기후는 일상화됐고 이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당장에도 벼 피해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서 9월 15일 작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후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정부는 아직도 올해 수매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대책이란 고작 농작물재해보험이 전부다. 하지만 재해보험도 농민 피해를 모두 감당하지 못한다. 오히려 보상 요율 줄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그마저도 이번에 피해가 발생한 김장배추는 재해보험 대상에 들지도 않는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보험으로 해결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에 정부 차원의 보상이 불가피하다. 농업의 지속가능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농산물 생산과 농민들의 소득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만 한다. 자연재해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를 만들어 농민들이 재해를 극복하고 계속 농사를 짓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만큼 중요한 것이 농민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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