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농협경제지주 하나로마트의 주류 판매대가 국산 제품을 외면함으로써 농협의 책무와 소비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지난 15일 농협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박덕흠 의원이 이를 지적했지만 아직 최소한의 매대 정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 의원이 국감에서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 5개 유통자회사의 와인 판매실적 중 국산와인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최대 매장인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 현장조사 결과 이 10%마저도 스페인산 원료를 사용한 공장제 와인으로, 실질적인 국산와인 취급실적은 ‘0’이다.
전통주 코너 상황도 심각하다. 전통주라 볼 수 있는 건 문배술·이강주·경주법주 등 가장 대중적인 전통주 몇 종류 뿐이고 대부분이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공장제 제품들이다. 심지어 코너 한 켠엔 중국산 증류주들이 국산 전통주들과 뒤섞여 있다.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정의하는 전통주 개념은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가 제조한 술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 △농어업 생산자가 직접 제조하거나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한 술이다. 국산 농산물 사용에 충실한 술이라면 민속주는 물론 와인·리큐르 할 것 없이 전통주로 폭넓게 인정돼 정책적인 육성이 이뤄지고 있으며, 법정 전통주 외에도 국산원료를 사용한 소규모·일반업체 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9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법정 전통주만 따져도 제조면허가 1,163건에 달하며 연간 출고량이 600억원을 넘는다. 쌀 3,677톤, 포도 541톤, 머루 174톤, 복분자 154톤, 사과 93톤 등 연간 국산원료 소비량이 5,253톤이며 이 전통주의 63.9%가 대형할인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상품구색 차원에서 수입와인 중심의 주류 코너 운영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전통주 판매에 민간업체들만도 못한 노력을 기울이며 정부 정책에조차 발맞추지 못하는 건 ‘농업인의 소득증대와 경제활동을 지원한다’는 농협하나로유통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나로마트의 이같은 농업감수성 부족이 구매체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하나로마트의 주류(가공생필품)는 농협경제지주 직영 유통자회사인 농협하나로유통이 일괄 구매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각 지역의 하나로마트 운영사들이 자기 지역의 다양한 전통주를 구비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는 현실이다. 이는 최근 진행 중인 농협 통합유통회사 구매권 분쟁과도 연결된 문제다.
이동호 농협유통 노조위원장은 “농협하나로유통이 전국 하나로마트의 가공생필품 구매권을 갖는 구조에선 산지 중심이 아닌 물량·가격 중심의 편의적 구매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구매권을 분산하면 지역 농산물은 물론 전통주 등 지역의 6차산업 제품들을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