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구 의원, 지역구 농민에 욕설 파문

당진시농민회와 간담회 도중

농민회장에 욕설 후 자리 떠

  • 입력 2021.10.21 09:13
  • 수정 2021.10.21 09:24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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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당진시농민회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0일 당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에게 욕설을 가한 어기구 의원을 규탄하고 있다. 당진시농민회 제공
당진시농민회와 지역 시민단체들이 지난 20일 당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에게 욕설을 가한 어기구 의원을 규탄하고 있다. 당진시농민회 제공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역구인 당진 농민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어 파문이 일고 있다. 단지 개인적인 대화가 아니라 지역언론까지 입회한 농민들과의 공식 간담회 자리에서다. 농민들은 이를 공론화하며 엄중하게 대응할 뜻을 밝히고 있다.

지난 18일 어 의원은 자신의 당진 지역사무실에서 당진시농민회(회장 김희봉) 소속 농민 6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당진시농민회가 지난해 어 의원 당선 이후 반기 1회가량의 정기적 대면을 요구해왔고 이날 첫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어 의원은 다음날 국정감사를 앞둔 상태였고 농민들 또한 수확이 한창인 농번기지만, 시급한 지역 농업현안을 논의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하지만 간담회는 시작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농민들은 첫 안건으로 특정 업체(협동조합)에 간척농지 임대와 각종 정부 지원사업이 집중되고 있는 것과 관련, 특혜 및 로비 의혹을 제기했지만 어 의원이 문제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어 의원은 심지어 “나도 그 현장에 가봤는데 대단하다고 박수쳐줘야 할 일이다. 그 따기 어려운 국가사업을 따내 크게 성공시킨 건 로비력이 대단한 거다. 그곳 대표가 정부 각 기관·부처에 모르는 사람이 없더라”라며 “농민회도 그렇게 좀 해 보라. 농식품부뿐 아니라 전 부처가 로비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해 농민들을 아연케 했다.

농민회는 이날 7~8개의 현안을 준비해와 어 의원에게 해결 및 조사를 부탁했다. 당진쌀의 기형적 유통 문제 등 일부 문제의식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차분히 대화를 시도하려는 농민들을 어 의원이 “다 알고 있으니 요점만 말하라”고 거듭 채근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결국 고압송전탑 지중화 안건에 이르러 사달이 났다. 김희봉 농민회장이 “당진은 엄청난 발전소가 들어서 주민들이 희생하고 있는 지역이다. 송전탑이라도 지중화해줘야 한다”고 발언하자 어 의원은 돌연 “한전(한국전력)이 죽어도 안 된다는데 어떡하나. 뭘 알고 좀 떠들라”며 흥분했고, 그 말투에 항의하는 김 회장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려는 동작과 함께 원색적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를 떠났다.

어 의원실 측은 “(어 의원이) 농민회 전체에 안좋은 감정을 드러낸 건 아니다. 농민회장님과 예전부터 감정이 안좋은 상황이었고 그간 송전탑 문제 등에 노력해온 일도 많은데 농민회의 무리한 요구가 있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입장을 전했다.

농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당진시농민회는 지난 20일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적으로 어 의원을 규탄했다. 이들은 “이번 욕설·폭력사태는 어 의원의 우발적·일시적 실수로 볼 수 없다. 그가 사회적 약자들을 어떻게 보느냐가 욕설에 담겨있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을 섬기는 민주정당이라면 이번 사태를 직시하고 엄정히 처리하라. 즉각 당기위원회를 열어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고 성토했다.

어 의원은 의원 당선(재선) 직후인 지난해 4월에도 유권자와의 문자메시지 대화에서 욕설을 가해 물의를 빚은 후, 개인 SNS를 통해 대중에 사과한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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