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모두가 ‘밥은 먹고 다니는’ 세상을 위해

정은정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입력 2021.10.17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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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작가의 새 책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한티재 제공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작가의 새 책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한티재 제공

<대한민국 치킨전>,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 등의 책을 통해 우리가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게끔 노력한 농촌사회학자 정은정 작가가 새 책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한티재)을 출간했다.

정은정 작가는 책의 서문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그 흔한 인사에 대해 고찰하며 “밥 먹을 자격은 갖추고 사는지를 묻는 매서운 질문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 앞에서 서성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먹는 밥에 과연 인간성이 깃들어 있는지를 곱씹어 보면 끝내 미궁 속이기 때문이다”라고 한 뒤 “사람과 자연 모두가 상처받은 밥상을 무람없이 받아 들고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진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입만 흥겹고 배만 두둑해지는’ 가운데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 농민이 소외되고, 청년노동자가 소외되고, ‘학교급식’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이 소외된다. 끝없는 소외 속에서 청년노동자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고, 누군가의 먹거리를 생산해 온 이주노동자가 추위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정 작가는 이 모든 이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 이야기들 중엔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던 구의역 김 군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이야기가 있다. 김 군과 김용균 씨의 유품들 중엔 컵라면이 있었다.

“기름때 묻은 공구와 함께 발견된 구의역 김 군의 숟가락은 인간의 식사란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깨끗하게 닦인 수저로, 자리에 앉아 여유 있게 먹는 밥을 인간의 식사라 한다면, 김 군은 안전문 수리를 하면서 제대로 식사를 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중략) 하지만 2년 뒤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씨의 유품에 또 컵라면이 있었다. 위험을 방치한 자들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구의역에 와서 약속한 정치인들의 금배지는 여전히 반짝거려도 생명의 빛을 잃은 노동자들은 더 많아졌다.”(2부 ‘사람이 온다’의 ‘김 군의 숟가락’ 중)

이 책은 그 외에도 우리가 먹거리 문제를 고민하며 놓쳐 왔던 수많은 지점을 제시한다. 1부 ‘당신의 밥상’ 중 ‘소년원의 급식도 학교급식이다’에서 정 작가는 “죄를 저질렀어도 아이들이다”라는 간명한 진실을 언급한다. 그러면서 소년원의 청소년들이, 나아가 교도소 수감자들이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 먹거리기본권 문제로부터 소외돼선 안 되고, 그들이 제대로 된 먹거리를 이용하는 것을 비난받아서도 안 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 작가는 “하루가 길고 버거워 정작 이런 글에 눈길을 줄 여력이 없”는 근면하고 성실한 이들을 응원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사람이 사람답게 먹고 사는 세상을 향한, 먹을 것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 모든 이들에 대한 저자의 뜨거운 마음을 생각하며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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