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한의사도 왕진을 가나요?

  • 입력 2021.10.10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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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지금은 왕진이라는 말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들을 때가 있을 정도입니다. 왕진은 한자로 갈 왕(往), 진찰할 진(診)입니다. 사전적 의미는 의사가 병원 밖의 환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진료하는 것을 말합니다. 뭐 그럴 경우가 많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응급 혹은 봉사활동 이외에는 잘 시행되지 않습니다.

왕진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의료가 확실히 제도권으로 진입하면서부터입니다.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는 것은 법으로 그 활동을 정해놓는 것인데 의료법상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의료인은 개설된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왕진이라는 것이 올해 8월 30일부터 ‘일차의료 한의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목을 보면 일차의료, 즉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의 일차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료인력이 직접 환자가 있는 곳으로 방문하는 제도입니다. 한의 방문진료라고 하니, 그럼 양의는 어떨까요.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가 시범사업이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정식 제도로 진입하기 전 시범적으로 운영해보겠다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이용하는 환자분이 많고 활성화되면 정식제도로 되고 활용실적이 거의 없으면 자칫 폐기될 수도 있습니다. 시범 기간은 통상 3년이 적용됩니다.

그러면 누구나 언제나 한의사를 부르면 가느냐. 꼭 그렇지 않습니다. 환자분은 거동이 불편해 보행이 곤란한 경우여야 하며 한의사도 이 시범사업에 참여한 한의사여야 합니다. 이럴 경우 환자분 또는 환자분의 보호자 분께서 해당 한의원에 신청을 하고 해당한의원은 접수 후 판단해서 방문진료를 시행하게 됩니다.

방문해서는 환자분을 진찰하고 침, 뜸, 부항, 그리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한약재를 처방합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분을 관리하고 보살펴 드리고 상담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단순한 의료기술행위를 시행하는 것보다 라포(상호신뢰관계)라는 환자와 의사 간의 관계가 더욱 중요합니다. 필요 시 환자분을 타 의료기관에 전원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의원을 찾는 방법은 인터넷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누리집에서 검색이 가능합니다. 현실적으로 이 시범사업의 진료비는 총 9만7,000원 정도 책정돼 있고 이 중 30%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돼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환자 본인부담금도 줄어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의료는 공공성, 일차성이 높아져야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 편의성이 높아집니다. 사회는 점점 환경이 악화되고 희귀질환도 늘어나고 노인층이 많아지면 방문진료의 수요는 늘게 됩니다. 참여의료기관의 확대 등 개선될 부분도 아직 있으나 이런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그래서 많은 활용과 참여를 통해 이 시범사업이 정식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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